백년사진 No.137
2025년 10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2차 공판에서 특검이 제시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에 한 전 총리(오른쪽)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 관련 문건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지난달 법정에서 공개된 대통령실 CCTV 영상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10월 13일, 내란 방조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판에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의 대통령실 CCTV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13/뉴스1
특검은 32시간 분량의 영상 중 20분을 편집해 ppt 보여주듯 재생했으며. 법원은 클로즈업해서 보도하면 안된다는 전제 조건을 달고 재판 녹화 영상을 언론에 제공했습니다. 화면에는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받아 든 것으로 보이는 장면, 일부 국무위원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 그리고 장관들과 문건을 주고받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대통령실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은 권력자들의 ‘기억’과는 다른 장면을 보여줬고, 법정에서는 새로운 증거가 되었습니다.
2025년 10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2차 공판에서 특검이 제시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에 한 전 총리(오른쪽)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 관련 문건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다. 법원 공판 중계 화면 캡처
한덕수 전 총리의 CCTV 영상이 공직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의 파괴력을 절감한 공직 사회가 사각지대가 더 늘릴 수도 있고 더욱 불투명한 의사 결정 방식이 연구될 수도 있습니다. 합법적인 ‘비화폰’처럼 CCTV -free zone(프리존)을 확대하는 것을 합법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주 ‘백년사진’에서는 동아일보 DB에 저장된 CCTV 관련 보도 사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 우리는 하루에 몇 번 CCTV에 찍힐까
대통령과 총리의 모습이 담긴 CCTV는 특별해 보이지만 일반 시민의 일상은 이미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1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에는 160만 7,388대의 공공 CCTV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2006년 7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청계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촬영여부와 설치장소, 운영시간등에 대한 안내문을 붙이도록 서울시시설관리공단에 권고했다. 삼일교 밑에 설치된 CCTV가 청계천에 나온 시민들을 촬영하고 있다. 동아일보 김재명 기자 촬영.
여기에 민간 건물, 상가, 아파트, 차량 블랙박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2021년 행정안전부 조사에서는 30~40대 직장인이 하루 평균 약 98회 CCTV에 노출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민간 CCTV를 제외한 수치이므로 실제로는 훨씬 많습니다.
이제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카메라 안’에서 살아가는 시대입니다.
● CCTV의 역사 — 도시의 첫 번째 눈
CCTV가 처음부터 ‘감시의 눈’은 아니었습니다.
광화문 네거리에 설치된 CCTV. 1971년 10월 27일. 동아일보 DB
당시 동아일보 기사는 이렇게 썼습니다.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하기 위한 기술이었으며, 도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한국에서 CCTV는 그렇게 ‘통제의 기술’로 출발했습니다.
● 1980~1990년대 — 감시와 보호의 경계
1980년대 후반, 은행 강도와 절도범 검거에 CCTV가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신문 1면에 “은행 감시 TV로 범인 검거” 같은 제목이 등장했습니다.
영동백화점 사장집 강도범 용의자가 13일낮 12시 4분경 국민은행 성내동지점에 수표를 바꾸러 갔다가 은행 폐쇄회로 TV에 찍혔다 . 1990년 11월 14일. 동아일보 DB.
1997년에는 영국 런던 시민이 하루 300번 CCTV에 찍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비판과 “범죄 예방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반론이 공존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CCTV가 자신들을 비춘다며 항의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14대 국회〉 농수산위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감사 도중 감사장 벽에 부착된 폐쇄회로 카메라가 야당 의원들 쪽을 향하고 작동이 되자 이에 항의 민주당측의 김영진 의원이 정회를 요구한 후 농협 기계실을 들러 확인하고 있다. 1993년 10월 14일. 동아일보 홍석희 기자 촬영.
● 2000~2010년대 — 시민의 동의로 확산된 감시
사회적 논쟁을 거쳐 수용의 단계로 변한 건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2001년 일산구청 민원실에 CCTV가 설치되자 언론은 “시민보호일까, 시민감시일까”라고 물었습니다.
경기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 운영센터 CCTV 모니터 화면. 2023년 10월 12일 동아일보 DB.
범죄율이 40% 감소했고, 주민의 85%가 설치에 찬성했습니다.
“안전이 우선이다”라는 인식이 ‘사생활 보호’의 논리를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에는 서울 25개 구 중 22곳이 우범지역에 CCTV를 확대 설치했습니다.
감시의 논리가 시민의 동의 속에 제도화된 시점이 지금으로로부터 20년 전인 2004년쯤인 셈인 것입니다.
2023년에는 수술실 CCTV 설치가 법으로 의무화되며, 감시의 영역이 의료와 일상까지 확장되었습니다.빅브라더’의 우려는 줄고, ‘보안’이라는 새로운 윤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 ‘기억’보다 ‘기록’이 더 많은 시대의 딜레마
CCTV는 반세기 동안 ‘도시의 교통 관리자’에서 ‘사회적 증인’으로, 이제는 인공지능과 결합한 ‘판단의 기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Big Brother? 범죄 목격자! / 2000년대 들면서 급속히 늘어난 CCTV(폐쇄회로TV)는 도입 초기만 해도 인권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최근들어 군포여대생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 해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의 강남 폐쇄회로 관제센터에서 모니터 요원들이 실시간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시설을 관리 중인 경찰은 인권침해 논란등을 여전히 의식, 취재진에게도 창문 밖에서 잠시 동안만 촬영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2009년 1월 29일. 동아일보 변영욱 기자 촬영.
또 영상은 사실을 증명할 수는 있지만, 의미를 해석하지는 못합니다.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결국 인간의 기억과 언어입니다. 오늘의 법정에서 CCTV는 증거가 되었지만, 내일의 역사에서 그 영상이 진실로 남을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9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걸린 대통령 상징 봉황 장식 앞으로 CCTV가 설치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취임식 직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된 집무실에서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새 대통령 집무실은 CCTV 등을 활용한 무인 인공지능(AI) 경호 확대로 눈에 띄지 않게 경호 시스템이 가동된다. 2022년 5월 9일 동아일보 장승윤 기자 촬영.
오늘은 우리의 일상과 공직 사회 깊숙이 들어온 CCTV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댓글로 귀중한 생각을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