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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 ‘김중업 ✕ 르 코르뷔지에’ 사진전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개막

입력 | 2025-11-07 17:47:58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 … 내년 2월까지 이어져
김중업 대표작 ‘진해 해군공관’ 대중에 첫 공개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김중업(1922~1988)과 근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운명적 만남을 조명하는 사진전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이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복합문화공간 ‘연희정음’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동시에 개막됐다.

 이번 전시는 1952년 베네치아 국제예술가회의에서 시작된 두 건축가의 인연을 중심에 둔다. 당시 젊은 건축가였던 김중업은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 그의 파리 아틀리에에 입문했고, 1955년까지 유럽에서 근대건축의 원리를 체득했다. 이후 그는 한국적 미감과 구조 감각을 결합해 독자적인 건축 언어를 구축했으며, 그 결정체가 1962년 완공된 주한프랑스대사관이다. 이 건축물은 프랑스의 합리성과 한국의 공간 전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두 건축가의 사상적 대화가 가장 뚜렷이 드러나는 사례로 평가된다.

 전시에서는 또 다른 비공개 건축물이 처음으로 일반에 소개된다. 1968년 완공된 ‘진해 해군공관’은 군사시설 특성상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었지만, 건축사진가 김용관이 최근 촬영한 현장 사진을 통해 김중업의 공간 실험이 드러난다. 전통 지붕 형태, 힘 있는 구조, 자연과의 유기적 조화를 통해 김중업이 추구한 공간의 정신성이 생생하게 담겼다. 특히 천장에서 빛과 구름을 끌어내는 천공 디테일은 그가 추구했던 건축의 시적 언어를 고스란히 전한다.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은 프랑스 출신 사진가 마누엘 부고의 렌즈로 조명된다. 그는 찬디가르 대법원 등 인도 건축 프로젝트를 오랜 시간 기록해왔으며, 이는 김중업이 직접 설계 도면 작업에 참여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마누엘 부고의 사진은 두 건축가의 건축 세계가 물리적으로, 또 개념적으로 어떻게 맞닿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박종선은 영화 〈기생충〉의 가구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과 공간 사이를 매개하는 실내 가구를 선보인다. 연희정음 내부에 설치된 그의 가구는 공간을 단순히 보는전시가 아닌, 앉고 머무는 경험의 장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시는 공간 자체를 작품화한 연출로도 주목받는다. 김중업이 만년에 설계한 연희동 주택은 복합문화공간 ‘연희정음’으로 되살아나 전시장 자체가 하나의 건축작품으로 기능하며, 사진과 가구가 결합된 전시 구성은 관람객에게 건축의 본질인 ‘거주 경험’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킨다.

 관람자는 그 안에 앉고, 걷고, 머물며 건축과 사진, 오브제를 복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준비됐다. 공식 오프닝 일인 11월 8일 오후 3시에는 참여작가인 김용관과 마누엘 부고가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려, 사진이라는 매체로 건축을 기록하는 의미를 논의한다. 11월  22일 오후 3시에는 연희정음과 주한프랑스대사관의 리모델링을 맡은 건축가 김종석, 윤태훈이 보존과 재생의 건축적 고민을 공유한다. 12월 13일에는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김현섭 교수의 학술 강연도 예정돼 있어, 김중업의 건축적 사유를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심층적으로 조망할 예정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건축적 유산을 다시 연결하는 이번 전시는,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로 선정됐고, 현재 동양과 서양, 기록과 창조가 교차하는 가장 상징적인 문화예술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 판매되는 티켓은 11월 6일부터 연희정음에서 열리는 전시에만 해당하며, 11월 7일부터 열리는 주한프랑스대사관 전시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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