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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로 우울증 달랜 대가? “뇌에 독 돼 치매 위험 껑충”

입력 | 2025-11-07 15:57: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울증 진단을 받은 뒤에도 담배를 계속 피우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흡연 전력이 없던 사람이라도 우울증 진단 후 기분 전환 등의 이유로 새롭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진단 후 금연을 이어간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컸다.

삼성서울병원, 삼성생명과학연구소, 한림대성심병원, 숭실대학교 공동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9~2012년 사이에 새로 우울증 진단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남녀 129만 530명을 2020년까지 평균 4.26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 중 5만 8885명(4.56%)이 추적 기간 동안 치매 진단을 받았다.

연구진은 우울증 진단 후 흡연 상태에 따라 △비흡연군 △흡연 시작군 △금연군 △지속 흡연군 등 네 그룹으로 나누어 치매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속 흡연군(14만 1791명)의 치매 발생 위험은 비흡연군(107만 3517명)에 비해 1.34배(34% 높음)였다.
금연군(4만 8411명)과 흡연 시작군(2만 6811명)도 각각 1.26배, 1.25배로 위험이 컸다.

이 같은 경향은 치매 유형별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전체 치매의 약 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지속 흡연군이 1.32배로 가장 높았고, 금연군과 흡연 시작군도 각각 1.26배의 위험을 보였다.

또한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동맥경화 등 뇌혈관 손상과 관련이 깊은데, 지속 흡연군이 1.52배, 금연군이 1.47배로 높았다. 진단 후 흡연 시작군의 위험도는 1.14로 나타나 통계적을 무의미 했다.  이는 평생 흡연량과 더 큰 연관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팀은 “우울증 진단 이전의 흡연량이 많았던 사람도, 이후 금연을 유지하면 향후 치매 위험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민감도 분석에서도 우울증 진단 이전의 총 흡연량은 치매 발생 위험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즉, 과거 얼마나 피웠는가보다 ‘우울증 이후에도 계속 피우는가’가 더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가 평생 흡연량이 아닌, 우울증 진단 이후 추적관찰 기간의 흡연량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일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흡연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흡연은 뇌혈류를 감소시켜 신경세포에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담배 연기의 독성 물질이 뇌 신경에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며 “우울증으로 이미 뇌 환경이 취약한 상태에서 이러한 변화가 겹치면 치매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흡연과 우울증은 각각 혈관 내피세포 기능 장애, 동맥 경직, 혈전 위험 증가 등의 기전을 통해 혈관 손상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치매 위험이 상승할 수 있다. 또한 두 요인은 모두 전신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촉진하여 신경퇴행 과정을 가속화한다는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신경·정신의학 저널(The Jo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 최신호에 실렸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097/nmd.0000000000001849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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