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는 예수…마리아는 으뜸 협력자” 15세기 이후 불거진 논란에 마침표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시국=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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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이 예수의 모친인 성모 마리아를 ‘공동 구세주’로 칭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4일(현지 시간) 가톨릭 신자들에게 내렸다. 마리아가 예수와 함께 세상을 구원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수백 년간 가톨릭계에서 이어져 왔는데 이날 교황청의 교령 발표로 종지부를 찍었다.
가톨릭뉴스통신(CNA)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이날 “성모 마리아에게 공동 구세주라는 칭호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리스도교 신앙 진리의 조화에 혼란과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교령을 발표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달 7일 해당 교령을 승인했다.
교황청은 “공동 구세주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아들이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이 됐던 예수 그리스도의 배타적 역할, 즉 예수만이 주님에게 무한한 희생을 바칠 수 있었던 유일한 주체라는 사실을 가릴 위험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성모 마리아를 참되게 공경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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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이번 지침에 대해 “일부 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가톨릭 신자들이 마리아 공경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양극단을 피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교황청이 인간 구속(救贖·대신 속죄함으로써 구원함)의 주체는 예수뿐이라는 교령을 발표하면서 가톨릭의 논쟁이 종결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면서 인류를 구원했다. 교령에 따르면 공동 구세주라는 칭호는 15세기부터 일부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직전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최소 3차례 공동 구세주 칭호에 명확한 반대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성모 마리아는 아들로부터 아무것도 가져오길 원한 적 없다”며 “결코 스스로를 공동 구세주로 내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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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은 이 칭호를 지지했다. 다만 1990년대 중반 교리 부서가 회의론을 표명하기 시작한 후 공개적으로 칭호를 사용하는 것을 중단했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