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詩 낭송콘서트’ 10주년,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최불암-나태주-김훈… 명사 함께해 詩로 느낀 감동을 온몸으로 표현 홍보 안해도 관객들 많이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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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외롭지도 않고/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목마는 하늘에 있고/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가을바람 소리는/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박인환 시 ‘목마와 숙녀’에서)
단발머리 소녀를 향한 터질 것 같은 마음에, 밤새 쓴 ‘자작시’를 건넸던 적이 있다. 답장은 고사하고 눈길 한 번 못 받은 게 서러워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를 읊었지만 더는 외우지 못해 소주병만 깠던 청춘. 그 시절, 읽는 것만으로도 설렜던 윤동주, 유치환,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언제 내 곁을 떠나갔을까.
누구나 간직한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가슴을 설레게 했던 시와 시인을 만나는 ‘명동 詩(시) 낭송콘서트’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대다수 활동이 이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시 낭송’은 그야말로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 10년째 행사를 주최해 온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시인·사진)은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 만나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시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보여주는 문화”라며 “그 따스함이 좋아서 시 낭송콘서트를 찾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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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 최불암은 거의 매년 참여한 단골 게스트. 김 원장은 “최 선생님은 예술과 낭만, 시가 흐르는 문화의 거리였던 명동에서 옛 모습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다”며 “시 낭송뿐만 아니라 직접 낭독극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는 등 열정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젠 시를 즐기는 문화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소모임 등을 통해 시를 쓰고 낭독하고 문학기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를 제외하면 시 낭송콘서트를 찾는 사람도 매회 100∼2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김 원장은 “시 낭독은 자신이 느낀 감동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으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며 “낭송자가 느낀 감정을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시 낭독회가 주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올해 25회 시 낭송콘서트는 14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열린다. 소설가 김훈, 시인 도종환 등과 함께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김동리의 ‘명동의 달’, 정해종의 ‘흐르는 명동’ 등의 시 낭독과 가수 해바라기,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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