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폐막] 미중일 모두 韓찾아 실용외교 물꼬 글로벌 기업 직간접 투자 13조 유치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릴레이 정상회담은 글로벌 통상 질서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만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APEC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가교 역할을 맡아 외교적 입지를 넓혔다는 분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한국에 모인 글로벌 경제 리더들의 투자 유치를 확보하며 경제적 파급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 ‘세기의 회담’으로 미중 무역갈등 완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외교 슈퍼위크’의 하이라이트는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부산 김해공항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관세, 희토류 등 주요 현안에서 1년간 휴전을 맺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이뤄진 이번 미중 합의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무역전쟁의 궤도가 바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중 간 치열한 줄다리기 속에 의장국인 한국의 중재로 ‘경주선언’이 채택된 것 역시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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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조4000억 원 예상 효과 뛰어넘을 듯”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공지능(AI) 반도체부터 K푸드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경제 효과도 나타났다. 당초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컨설팅이 예상했던 APEC의 경제적 효과 약 7조4000억 원보다 실제 수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APEC CEO 서밋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 향후 5년간 총 90억 달러(약 13조 원)의 직간접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AI, 반도체, 2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등 정부 육성 전략산업에 집중될 예정이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맷 가먼 최고경영자(CEO)가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2031년까지 인천 및 경기 지역에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총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기업들과 엔비디아의 전략적 AI 인프라 동맹 구축도 주요 경제 성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와 국내 4개 기업(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에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총 26만 장을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블랙웰은 현재 엔비디아가 판매 중인 최신 GPU로 전 세계적인 ‘AI 붐’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을 빚는 제품이다. 정부 관계자는 “엔비디아 GPU는 한 장에 약 1억 원으로 최소 20조 원이 넘는 규모”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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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