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월정교 수놓은 각국 국기색 한복… “원더풀” 외국인 관람객 홀렸다

입력 | 2025-10-30 03:00:00

[경주 APEC] APEC 정상회의 기념 ‘한복 패션쇼’
신라풍 복식부터 AI 첨단 한복 소개
명장 제작 APEC 기념 한복도 선보여
각국 인사들 직접 입어보고 기념촬영




29일 오후 경북 경주시 교동 월정교 수상 특설무대에서 김혜경 여사(앞줄 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KOREA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모델들이 각국의 국기 색을 조화한 APEC 기념 한복 27벌을 선보이자 관중석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경주=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한복의 아름다움이 지구촌 곳곳에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경주시민 박수정 씨(42)는 29일 경북 경주시 교동 월정교 수상 특설무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념 ‘한복 패션쇼’를 관람한 뒤 이렇게 말했다. 한복 차림으로 행사장을 찾은 그는 “각국 정상 배우자들이 한복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고 했다.

경북도와 경주시, 한국한복진흥원은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8시까지 ‘한복, 내일을 날다’를 주제로 패션쇼를 열었다. 천년고도가 APEC 무대로 변신한 이날, 수상 런웨이를 따라 한복의 색채와 곡선이 빛을 타고 흐르며 세계 각국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APEC 기념 한복 첫 공개

김혜경 여사가 29일 경북 경주 월정교 수상특설무대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 기념 한복패션쇼’에서 참석자들과 쇼를 관람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 제공

행사에는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캐나다 총리 배우자 다이애나 폭스 카니 여사, 중국 린 루 엔조이키즈 최고경영자(CEO), 프랑스 로랑스 드바르부아 GS1 CEO, 인도네시아 아닌디아 바크리 상공회의소 회장, 신타 캄다니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각국 인사들이 함께했다. 홍콩·멕시코·필리핀·태국 등 APEC 회원국 경제인 50여 명도 참석해 글로벌 문화 교류의 장이 됐다. 일반 관람객까지 포함하면 약 1000명이 월정교를 배경으로 전통의 곡선미를 형상화한 ‘ㅎ자형’ 수상 무대를 감상했다.

한복 패션쇼는 3막으로 구성됐다. 1막 ‘과거-한복, 천년 금빛으로 깨어나다’에서는 신라고취대의 연주와 함께 왕과 왕비의 대례복, 귀족 복식 등 30벌의 신라풍 한복을 선보였다. 신라 금관과 불국사 단청, 첨성대 문양 등에서 영감을 받은 황금빛 의상들이 고도의 품격을 재현했다.


29일 오후 경주 월정교 수상 특설무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대한민국(KOREA) 한복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경주=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하이라이트는 2막 ‘현재-한복, 오늘 활짝 피어나다’였다. 나비 한 마리가 ‘5한(韓·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글)’을 지나 한복을 입는 여성으로 변신하는 영상으로 막이 올랐다. 이어 이번 APEC 기념 한복이 처음 공개됐다. 남성복은 구혜자 침선장이, 여성복은 강미자 명장이 제작했으며 상주 함창 명주에 한글과 구름 문양을 더해 한국의 미를 살렸다. APEC에 참석하는 21개국 정상들이 입을 한복 시제품과 기념 한복 등 27벌을 입은 모델들이 수상 런웨이를 걷자 객석의 외국인 관람객들은 “장엄하다(magnificent)”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박후근 한국한복진흥원 원장은 “문화로 연결되는 APEC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각국의 국기 색상과 오방색을 조화시켜 국가별 정체성을 반영했다”며 “지속 가능한 문화, 세계 속 한복을 표현한 무대”라고 설명했다.

29일 경북 경주시 월정교 특설무대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한복패션쇼 ‘한복, 내일을 날다’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2025.10.29 뉴시스

마지막 3막 ‘미래-한복, 새로운 내일을 날다’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된 15벌의 첨단 한복이 공개됐다. 총감독을 맡은 이진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AI 나비’가 태평양을 건너 미래 도시로 비상하는 영상을 배경으로 발광다이오드(LED)가 내장된 전자 직물과 3차원(3D) 프린팅 장식을 활용해 미래 패션의 방향을 제시했다. 관객들은 전통과 기술이 어우러진 무대에 큰 박수를 보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앞으로 한복은 단순한 전통의상이 아니라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문화산업의 상징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복으로 여는 글로벌 콘텐츠 시대

행사 전후로 운영한 ‘5한’ 체험 부스도 큰 호응을 얻었다. 경북한복협회, 경주차문화교육원, 한지 공방 등이 참여해 신라 복식 전시, 한지 공예, 전통 다식 시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내빈 전용 부스에서는 캐나다·인도네시아 등 각국 인사들이 직접 한복을 입고 기념 촬영을 하며 한국 문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경북은 우리나라 한복 문화의 원류로, 비단·삼베 등 원료 생산부터 제작까지 이어지는 전국 유일의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전국 유일의 손명주 생산지인 경주 두산명주마을과 2021년 설립된 상주 한국한복진흥원이 그 기반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한복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문화의 매개체”라며 “이번 APEC 한복 패션쇼를 통해 경북 문화의 저력을 세계에 각인시키고, 한복이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