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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보다 봄 자살률이 높은 이유? “낮의 길이 아닌 ‘일사량’이 문제”

입력 | 2025-10-29 11:46: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요즘처럼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면, 많은 사람이 ‘계절성 정서 장애’라 불리는 우울증을 겪는다. 이는 계절의 변화(환절기)와 가을과 겨울철 일조량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잘 알려진 현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살률은 일조 시간이 가장 짧은 겨울이 아닌 봄철에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됐다. 실제 2021년부터 3년간 국내 월별 자살사망자 수를 보면, 봄(3~5월)이 겨울(12~2월)보다 약 20% 많다.

이에 의문을 품은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와는 다른 관점에서 햇빛과 자살률의 관계를 분석했다.

빛과 자살률의 관계, ‘일조 시간’ 아닌 ‘실제 햇빛양’으로 접근
다나카 신스케 농업·보건·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에서 햇빛과 자살률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했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라며 “이건 계절성 요인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라고 이 연구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즉, 기존 연구에선 낮이 길어질수록 자살률이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는 햇빛이 많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감이 줄어 자살이 감소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다른 결론이라 뭔가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공동 교신저자인 다나카 교수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일조 시간)’만을 기준으로 삼은 이전 연구들과 달리, 미국 전역의 25년 치 기상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제 햇빛이 얼마나 비췄는지’(태양 복사 에너지량)를 자살률 분석에 반영했다.

그는 미국 카운티별로 NASA 위성이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지역에 하루 도달한 태양 복사량을 측정했다. 다나카 교수는 “비가 오거나 흐리면 일조 시간이 같더라도 햇빛이 훨씬 적다”라며 “우리 연구는 지표면에 실제로 도달한 태양 에너지를 측정한 점에서 기존 연구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햇빛이 줄면 자살률은 6.76% 상승
분석 결과, 햇빛 노출이 표준편차 1단위 감소할 때 자살률은 6.7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전월과 당월의 누적 영향(예를 들어 전달 햇빛이 적었고, 이번 달도 흐린 날이 많으면 그 영향이 겹쳐 자살률이 높아질 수 있음)을 포함한 결과이며, 효과의 크기는 총기 규제 정책이 약할 때, 자살 예방 프로그램이 없을 때, 실업률이 높아질 때 등 주요 자살 위험 요인과 맞먹는 수준이다.

다나카 교수는 “햇빛 노출이 줄면 자살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라며 “햇빛은 주요 정책 개입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또한 구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햇빛양이 줄어들 때 ‘우울증(depression)’이나 ‘자살(suicide)’ 같은 단어의 검색량이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되었다.

햇빛 부족은 정신 건강에 ‘조용한 위험 요소’
다나카 교수는 “최근 사람들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햇빛 노출의 이점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 정신 건강을 위해 적절한 햇빛을 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가 태양광 차단을 기반으로 한 ‘태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 기술의 잠재적 부작용을 경고하는 의미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술은 대기 중에 입자를 뿌려 햇빛을 반사함으로써 지구 온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화산 폭발이 일시적으로 지구를 냉각시키는 원리를 모방한다.

다나카 교수는 “그 영향은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햇빛을 줄이면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지구공학 기술을 도입할 때 그 잠재적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보건경제학 저널(Journal of Health Economics)에 게재되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6/j.jhealeco.2024.102947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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