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청은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45명 전원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진은 정성학 충남청 수사부장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이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1년여 간 부건(예명·40대 중국 국적자 )이 이끄는 범죄 조직에 가담해 캄보디아 프놈펜과 태국 방콕 등지에서 로맨스 스캠, 전화금융사기, 리딩방, 노쇼 사기 등 전화·온라인 사기 행각을 벌였다. 피해자는 110명, 피해 금액은 93억여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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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범죄 조직은 2018년부터 운영돼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부건 총책을 중심으로 자금·데이터베이스 등을 관리하는 CS팀과 사기 범행 방식에 따라 로맨스 스캠팀, 보이스피싱팀, 코인 투자 리딩팀, 노쇼 사기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건 만남 업체로 위장한 뒤 가입비와 인증비 등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챙겼고, 서울 강남구에서 투자세미나를 개최해 라이브 생중계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받아 챙겼다. 또 우체국 택배기사, 카드회사 상담원,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을 사칭해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피해자 1명당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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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조사 결과 이 조직은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부건 총책을 필두로 한국인 총책 2명, 실장 1명 아래 5개 팀으로 꾸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청에서 조사하고 있던 45명 중 29명은 지인의 소개로, 8명은 인터넷 광고를 보고 캄보디아로 입국했으며 8명은 캄보디아 여행 중 현지에서 포섭되는 방식으로 범죄에 가담했다.
프놈펜 현지에선 2인 1조로 합숙 생활을 하다 현지 단속이 심해지자 게스트하우스로 옮겨 범행을 이어갔다. 이후 현지 경찰에 지난 7월초 체포됐다. 이들은 송환 직전까지도 거짓 진술을 하거나 귀국을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들은 남성 42명, 여성 3명이며 40대 3명, 30대 17명, 20대 25명이다. 최고령은 43세, 최연소는 20세이며 가담 기간의 경우 가장 길게는 16개월, 짧게는 2개월이었다. 일부 피의자들은 구금 중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에선 증거가 없고 이들의 진술을 허위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보한 단서로 충남청이 수사 중인 기존 사건 8건과 전국에 흩어진 미제 사건을 병합해 온라인 사기, 피싱 조직 소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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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충남청은 이번에 송환된 피의자 다수가 충남권의 한 대학과 연관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낮다고 밝혔다. 충남청 관계자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고문 후 살해된 20대 대학생이 충남권 대학에 재학 중이었고, 이 사건은 현재 타청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충남청 사건은 별개로 대학 연관 여부는 조사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충남청에서는 이번에 조사한 범죄단체와 연관된 피의자 10명도 별건 수사를 통해 신병을 확보하며 충남청에서만 총 55명을 구속했다.
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