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평균 강수량 408mm 역대 1위 동해 해수면, 평년보다 온도 높아… 가을에도 북태평양고기압 머물러 북쪽 찬공기 만나며 비 소식 잦아… “기후변화 대응 저수 시설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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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역대급 가뭄을 겪었던 강원 영동 지방이 가을에는 그칠 줄 모르는 장대비에 기록적인 강수량과 강수일을 나타내고 있다. 기상 현상이 정반대로 번갈아 닥치는 상황이지만 그 배경에는 ‘높은 해수면’이라는 공통 원인이 있다. 전 지구적 온도 상승에다 예년과 다른 형태의 기상 현상이 빈발하는 가운데, 재해를 대비하기 위한 인프라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역대급 ‘10월 장마’ 강수량 1위
27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 포털에 따르면 올해 10월 1일부터 이날까지 강원 영동 지방의 평균 강수량은 408.1mm로 1973년 기상 관측이 체계화된 이래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강수량이 많았던 해인 2019년 291.4mm와 비교할 때 1.5배가량으로 많다. 강수일 역시 평균 21.3일로 역대 가장 길다. 이달 3∼25일 강원 영동 지방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단풍철을 맞아 개막한 강원도 대표 가을 축제도 10월 장마로 방문객이 감소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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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풍이 이 시기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만나 전국적으로 비가 자주 내리는 가을을 맞았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북쪽의 찬 공기가 주기적으로 남하해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반복적으로 충돌하며 비구름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태백산맥 지형 효과가 더해지며 강원 영동에는 강수가 더욱 집중됐다. 동해안은 한쪽엔 바다, 반대쪽엔 산이 우뚝 서 있는 급경사 지형이다. 습한 동풍이 태백산맥을 만나 푄 현상(바람이 산맥을 오르내리며 고온 건조해지는 현상)을 일으키면 강릉 등에 지속적으로 비를 뿌린다.
이달 하순까지 이어지던 강수는 26일 동풍이 약화하고 북쪽 대륙 고기압이 확장되며 비로소 멎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창재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9일까지 북서풍이 강하게 불면서 추운 초겨울 날씨가 예상된다”며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체감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원 산지 등에서는 한파특보 가능성도 있다.
● 장마-가뭄 모두 ‘높은 바다 온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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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 인프라도 부족했다. 속초는 강릉과 같은 동해안 지역으로 강수량과 강수일이 비슷했지만 물은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워터밤’ 같은 물 축제 행사까지 열렸다.
이 같은 차이는 댐 등 저수 시설 확충 여부에서 발생했다. 속초시는 2018년부터 ‘물 자립 도시’를 내세워 쌍천 지하댐과 지하수 암반관정을 개발했다. 이후 안정적 급수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강릉시는 생활용수 87%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한다. 8월 한때 바닥을 드러냈던 오봉저수지는 이달 현재 저수율 90%를 기록하고 있다. 관련 인프라가 물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울 정도다. 남대천 지하 저류 댐 설치를 추진 중이지만 장기 대책이라 효과가 요원하고 지하수 개발도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강릉 등 강원 영동은 수년 전부터 여름철 가뭄이 들어왔던 곳인데도 일부 지역은 인프라가 제대로 확충되지 않았다”며 “지역별 차이가 생긴 이유를 분석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자원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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