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섭 신부는 “아이들의 홀로서기가 느린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어릴 때 필요한 경험과 사랑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며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스스로를 믿게 하고 희망을 품게 해준다면 얼마든지 혼자 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편의점 ‘알바 대타’를 뛰고, 그도 모자라 가게를 인수까지 해버렸다. 낮에는 청소년을 학대하는 보육시설을 경찰에 고발하고, 밤마다 청소년들과 함께 운동한다. 그러기를 10여 년. 22일 인천 부평구 인천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에서 만난 송원섭 베드로 신부(관장)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믿어주는 어른”이라며 “함께 걸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아이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복지시설, 쉼터, 위탁가정 등에 있다가 만 18세가 돼 시설을 나온 19~24세 이하의 청년. 정부와 지자체에서 약간의 자립 지원금, 숙소 등을 지원하지만 사실상 이들에게 자립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별바라기’에서는 자립준비청년 중 우울증, 무기력, 경계성 지능 장애 등 심리적·정서적 치료가 필요한 청년들 60여 명을 송 신부와 10명의 사회복지사가 돌보고 있다. 2013년부터 별바라기 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런 청년들은 보육시설을 나와도 바로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기에 이곳에서 먼저 치료와 사회 적응 훈련을 한 뒤 나아지면 자립하는 과정을 거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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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 신부는 “아이들의 홀로서기가 느린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어릴 때 필요한 경험과 사랑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며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스스로를 믿게 하고 희망을 품게 해준다면 얼마든지 혼자 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아이들이 힘든 일도 안 해보고, 대인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다 보니 사회 적응 훈련이 필요했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여러 사람을 만나니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인근 편의점 사장님들과 계약해 정식으로 채용됐는데, 힘드니까 갑자기 전화해서 ‘아프다’며 새벽 근무를 안 나오는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밤새 남의 가게를 비워둘 수는 없는 일. 결국 ‘빵꾸’가 날 때마다 ‘알바 대타’는 그의 몫이 됐다.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채용해 준 편의점 사장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가 없어 아예 인근 편의점을 직접 인수해 사회 적응 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송원섭 신부는 “아이들의 홀로서기가 느린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어릴 때 필요한 경험과 사랑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며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스스로를 믿게 하고 희망을 품게 해준다면 얼마든지 혼자 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자립준비청년 중에 아르바이트비로 자기가 1살 때부터 살던 영유아 보육원 3~5살 동생들 늘 챙기는 애가 있어요. 8살이 되면 영유아 보육원을 나와 청소년 보육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동생들에게 늘 ‘OO는 절대로 가면 안 된다’고 당부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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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관 이름인 ‘별바라기’는 캄캄한 밤을 혼자 걷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돼주자는 의미다. 송 신부는 “혼자 자립해야 하는 청소년들은 ‘엄마가 너무 그립고,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슬퍼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라며 “부모가 돼줄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동반해 준다면 반드시 달라진다는 것을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