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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식물의 생명력은 지능에서 나온다

입력 | 2025-10-25 01:40:00

◇빛을 먹는 존재들/조이 슐랭거 지음·정지인 옮김/464쪽·2만3800원·생각의힘




우리는 오랫동안 식물을 ‘정적인 존재’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식물은 나름의 감각 체계를 갖추고, 서로 소통하는 존재다. 특히 식물들이 포식자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화합물을 분비해 소통한다는 사실은 꽤 알려져 있다.

세이지브러시의 경우 위협이 낮은 수준일 때는 가까운 개체에만 전달되는 복잡한 화합물을 분비한다. 반대로 높은 수준일 때는 지역 전체의 식물종이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화합물을 분비한다.

이 책은 현대 과학의 ‘뜨거운 감자’인 ‘식물지능(Plant Intelligence)’에 대해 다룬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를 주로 취재하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사표를 던지고, 이 주제에 깊이 파고들기 위해 하와이 카우아이섬 절벽부터 칠레의 정글까지 지구 곳곳을 탐험한다.

책은 우리가 식물에 대해 갖고 있던 낡은 편견을 깨도록 돕는다. 식물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변달맞이꽃은 꿀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틀어주면 3분 내로 꽃꿀의 당도를 높인다. 꽃의 오목한 접시 같은 모양이 일종의 공명 스피커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벌 소리에 반응하는 것이다. 완두콩 새싹은 밀폐된 파이프 안에서도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뿌리를 뻗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접촉에 반응하고, 기억하고, 다른 종을 속이는 등 식물의 도발적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단순히 보기 좋은 ‘배경’ 정도로 여기던 식물을 ‘사유하는 존재’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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