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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경찰, 권한 늘면 국민 삶 나아질지 답해야… 수사 신뢰 중요”

입력 | 2025-10-22 03:00:00

제80주년 경찰의 날 메시지
수사권 집중 앞둔 경찰 개혁 강조… “책임성-공정성-전문성 높여야”
“일부 경찰 尹 친위 쿠데타 가담… 중립성 확보-민주적 통제 강화”



경찰의 날에 찾은 ‘남영동 대공분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경찰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인사들을 고문했던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화운동기념관)을 방문해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가운데)과 함께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진정한 민주 경찰,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의지가 담겼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수사-기소 분리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국민은 엄중하게 묻고 있다”며 “‘경찰의 권한이 늘어나면 과연 우리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느냐’는 이 질문에 우리 경찰이 더욱 진지하게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권-기소권 분리라는 대원칙에 따라 검찰청을 폐지하기로 한 상황에서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경찰 개혁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 창설 80주년 경찰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5공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을 찾았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다시는 이런 오욕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일 없이 진정한 민주 경찰,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행보”라고 말했다.

● 李 “경찰 공권력의 근거는 국민의 신뢰”

이 대통령은 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사에서 “경찰에게 주어진 공권력의 유일무이한 근거는 바로 우리 ‘국민의 신뢰’”라며 “수사의 책임성과 공정성, 전문성을 끊임없이 높여가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체계를 확립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보다 더 강한 경찰은 없다. 국민에게 지지받는 경찰만큼 영예로운 이름도 없다”고도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청은 내년 10월 2일 문을 닫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신설된다. 이 대통령이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는 상황에 대한 해법 마련의 필요성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검찰이 사고를 엄청나게 쳐서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는데, 그러면 경찰은 믿을 만하냐”고 했다. 또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 때도 “(수사권을) 경찰이 다 감당할 수 있느냐, 경찰의 비대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논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스마트·민생·민주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악질 민생 범죄는 끝까지 추적하고 범죄 수익은 반드시 몰수, 추징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쌓일 때 재범 의지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과잉 대응이란 없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경찰에 지원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원칙은 14만 경찰 가족들에게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며 “걱정 없이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각종 보상을 현실화하고 복무 여건을 개선하는 일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이 나라의 주춧돌”이라며 힘을 실었다.

● “내란의 밤, 일부 경찰 지휘부 친위 쿠데타 가담”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일부 경찰 지휘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권력자의 편에 설 때 이 땅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는 유린당하고 국민주권은 짓밟혔다”며 “12월 3일 내란의 밤에도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경찰 지휘부가 최고 권력자의 편에 서서 친위 쿠데타에 가담했다”고 했다. 이어 “국민주권정부는 그 오욕의 역사와 불명예를 씻어내고 우리 경찰이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민주 경찰로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경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남영동 대공분실 전시공간을 방문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했던 509호,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의 의장이었던 고 김근태 전 의원이 고초를 겪은 515호 조사실 등을 살펴봤다. 이 대통령은 “언제 이렇게 개조된 것이냐. 역사의 현장이 훼손된 이유는 무엇이냐” 등을 물어봤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대공분실은 군부독재 시절 경찰의 어두운 역사가 담긴 국가 폭력의 상징적 공간”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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