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성향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 당선 민생고 지친 볼리비아 국민 ‘우클릭’ 잇단 포퓰리즘에 재정위기 심화… 좌파 후보들 아예 결선도 못올라 파스 “경제모델 바뀌어야, 美와 협력” 에콰도르-아르헨티나도 우파 집권… 트럼프 “우리쪽 다가오는 국가 많다”
19일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국기를 흔들고 있다. 중도 성향인 그가 당선되면서 볼리비아가 20년 만에 좌파 정권에서 ‘우클릭’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파스=AP 뉴시스
광고 로드중
“볼리비아의 경제 모델은 바뀌어야 한다. 미국과도 협력하겠다.”
19일 치러진 남미 볼리비아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자유주의자 로드리고 파스(58) 후보가 당선됐다. 다음 달 8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하는 그는 리튬 채굴, 공공 투자 축소, 민간 부문의 성장 촉진,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강조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며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할 만큼 강경 진보 성향인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2005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20년 내내 좌파 정권이 집권해 왔다. 이후 좌파 정권의 연료 보조금 지급, 공무원 임금 인상 정책 등으로 재정 위기가 심화하고 화폐 가치 또한 급락해 위기를 겪고 있다. 파스 당선인의 대선 승리 또한 민생고에 지친 국민들이 일종의 ‘우클릭’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광고 로드중
● “美와 관계 개선, 리튬 채굴 강화”
이날 결선 투표에서 파스 당선인은 52.2%를 얻어 우파 성향인 자유민주당 소속 호르헤 키로가 후보를 눌렀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그의 후임자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으로 좌파 성향 후보들은 아예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파스 당선인은 하이메 파스 사모라 전 대통령(재임 1989∼1993년)의 아들이다. 그의 부친은 군부 독재와 싸웠고 민주화가 이뤄진 후 집권했다. 파스 당선인은 미국 워싱턴의 아메리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타리하 시장, 상원의원 등을 지냈다.
파스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잠시 미국을 찾아 트럼프 2기 행정부 측과 접촉한 바 있다. 또 최근 TV 토론에서는 그간 중국, 러시아와 가까웠던 좌파 정권의 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미국과의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앞서 14일 백악관에서 열린 밀레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볼리비아처럼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국가들이 많다”고 반겼다.
볼리비아는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다. 진보 정권은 환경오염, 원주민 반발 등을 의식해 채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파스 당선인은 미국 등 서구 자본과 손잡고 본격적인 리튬 채굴에 나서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 희토류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는 우호적인 움직임이다.
광고 로드중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에 대해 무례한 말을 하며 지지도가 낮고 매우 인기가 없는 지도자 페트로는 즉각 이 ‘죽음의 들판(마약 농가)’을 폐쇄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미국이 대신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올 9월 뉴욕 유엔 총회 방문 당시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밖에 났다.
미군은 최근 마약 밀수에 연루된 콜롬비아 반군 ‘민족해방군(ELN)’ 선박을 카리브해에서 격침했다. 올 9월에는 역시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마약 선박을 연이어 공격했다. 다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을 구실로 자신에 대한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