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中추격 등 경영환경 엄중 우리만 해낼 수 있는 것 만들자” 조선소 디지털 전환 원가 경쟁력↑ 그룹사 합병 계기로 시너지 노려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기선 HD현대 회장(당시 부회장)의 모습. HD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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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인류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가 되자.”
정기선 HD현대 신임 회장(43)이 20일 임직원에게 보낸 취임 인사의 핵심 메시지다. 정 회장은 17일 회장 승진 후 처음 제시한 이날 경영 비전에서 회사의 경영 환경을 “매우 엄중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 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 복합 리스크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선업과 관련해 HD현대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선 글로벌 발주량은 지난해 93척에서 올해 37척으로 줄었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탱커) 등 일반 상선은 중국과의 선가(船價) 차이가 10% 이상 벌어지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정 회장은 “오랜 단골 선주들조차 더 이상 한국에 배를 주문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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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조선 부문에서는 구체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래 조선소(FOS)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가 중국과의 원가 경쟁력 격차를 줄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생산성 30% 향상과 공기 30% 단축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주 한 대형 선주는 우리가 중국보다 선가가 10% 비싸도 연비가 10% 뛰어나기 때문에 우리 선박을 구매하겠다고 했다”며 “돌파구가 보이는 것 같아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한미 조선 협력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인도 코친조선소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다.
건설기계 사업은 내년 1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을 계기로 최적의 글로벌 생산 체계(GMF)를 구축할 예정이다. 정유·석유화학 사업은 설비 노후화 방지(Anti-Aging) 프로젝트 효과로 올해부터 공장 운영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 회장은 인공지능(AI), 자율운항, 소형원자로(SMR), 해상풍력 등 미래 사업에 대해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우리만의 DNA가 새로운 미래 주역에게 전수되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며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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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