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국제마라톤] 2시간7분54초 기록으로 정상에… 출발 직후부터 끝까지 선두 달려 풀코스 완주 두번만에 우승 기쁨 마스터스 1만5000명 가을 만
역대 최다인 1만5000명이 가을을 만끽하며 달린 2025 경주국제마라톤이 18일 열렸다. 신라 천년 고도(古都)를 달리는 경주국제마라톤은 올해 처음으로 ‘엘리트 라벨’ 대회로 열렸다. 엘리트 라벨은 세계육상연맹(WA)이 공인하는 마라톤 대회 중 플래티넘, 골드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의 대회로 국내에서는 이 대회가 유일하다. 국제 엘리트 남자부에서는 퍼갈 커틴(아일랜드)이 2시간7분5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대회 첫 유럽 선수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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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전까지 커틴은 올해 4월 뒤셀도르프 마라톤에서 2시간11분35초로 4위를 한 게 유일한 완주 기록이었다. 커틴은 뒤셀도르프 마라톤에서 피터 린치(28·아일랜드)가 3위를 할 당시 작성했던 아일랜드 남자 풀코스 기록(2시간9분36초)을 6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커틴은 “내가 개인 최고 기록이 좋지 않았던 선수이기 때문에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놀랐을 것”이라면서 “초반부터 홀로 앞서 나가면서 나도 놀랐다. 레이스 막판까지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뒤셀도르프 마라톤 때는 뒷심이 부족했었다는 커틴은 “오늘은 후반부 10km의 페이스가 좋아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커틴은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준비 차원에서 경주국제마라톤에 참가했다. 그는 “LA 올림픽 마라톤 코스는 언덕이 많을 것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경주국제마라톤처럼 언덕이 많은 코스를 경험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커틴은 유럽에 비해 습한 한국 날씨와 시차 적응을 위해 대회 일주일 전에 한국에 왔다. 커틴은 “서울에서 강을 따라 뛰려고 한강 주변에 숙소를 잡았다. 매일 10∼20km를 (km당) 4분대 페이스로 가볍게 뛰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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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틴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만한 수준의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커틴은 “(미국, 프랑스 등) 고산지대에서 훈련을 한 효과가 확실한 것 같다. 과거보다 호흡이 훨씬 편해졌다”면서 “앞으로 1분 정도는 기록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와 함께 올림픽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2025 경주국제마라톤 참가자들이 18일 출발지인 경주시민운동장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9월 세계육상연맹(WA)으로부터 ‘엘리트 라벨’ 인증을 받은 올해 경주국제마라톤에는 역대 최다인 1만5000여 명이 참가해 가을 달리기를 만끽했다. 경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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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도전 끝에… 김학수 “첫 우승 꿈 이뤄 행복해요”
여자부 윤은지 첫 도전서 정상
마스터스 홍서린-김지호 1위
마스터스 홍서린-김지호 1위
김학수
김학수(32·삼성전자)는 18일 열린 2025 경주국제마라톤 국내 엘리트 남자부에서 2시간22분45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 이렇게 말했다. 2016년 이 대회에서 2위를 했던 그는 9년 만에 선수 생활 내내 간절히 원했던 첫 우승을 달성했다.
김학수는 30km 지점부터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제치고 홀로 레이스를 이어갔다. 허벅지 근육 경련을 참고 완주한 김학수는 “지난 3개월 동안 이 대회만 바라보며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다고 생각하며 달렸다”고 했다. 김학수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국내 엘리트 남자부 선수 10명 중 3번째로 나이가 많다. 그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걸 꼭 이뤄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달릴 때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 그게 나이와 상관없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윤은지
마스터스 풀코스 여자부에선 인천 세원고 생물교사 홍서린 씨(46)가 2시간47분11초의 기록으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홍 씨는 9초 차로 개인 최고 기록(2시간47분2초) 경신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부상 없이 대회를 마친 스스로에게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다. 사랑하는 제자들에게도 우승의 기쁨을 전하고 싶다”며 웃었다.
마스터스 풀코스 남자부에선 올해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우승자 김지호 씨(33)가 2시간25분52초의 기록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서두르지 말되 멈추지 말라’라는 말을 항상 가슴 속에 품고 달린다는 김 씨는 “서울마라톤에 이어 경주마라톤도 우승했다.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경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경주=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