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사태] 캄보디아 범죄 현장… 의원 소유 땅에 들어선 관광단지 한가운데 10층 건물은 ‘웬치’ 임대… 외벽 3층까지 쇠창살 출입 차단 놀이공원은 인신매매 등 거점 지목 현지인 “상류층이 범죄조직 뒷배”… 美국무부 “고위층 사기행각 공모”
철문에 쇠창살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숙소 입구가 철문으로 막혀 있고, 창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 리용팟 캄보디아 상원의원이 소유한 이곳은 ‘웬치’(범죄단지)로 알려져 있다. 프놈펜=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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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는 수많은 ‘옥냐’(상류층)들이 범죄조직의 ‘뒷배’를 보고 있습니다.”
17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 종합관광단지 인근. 한 현지인은 낮게 목소리를 깔았다. 시야 끝에 보이는 유흥시설과 호텔, 아파트 단지는 캄보디아 재벌이자 집권 캄보디아인민당 리용팟 상원의원(67)이 소유한 리조트 기업 ‘리용팟 그룹’의 땅이다. 부지 한가운데 자리한 10층 건물은 높은 담장과 쇠창살로 둘러싸여 있었다. 건물 외벽 3층 높이까지 빽빽이 설치된 쇠창살은 외부인은 물론이고 내부인조차 드나들 수 없게 막고 있었다. 현지인은 이 건물을 가리키며 “온라인 사기가 벌어진 ‘웬치’(범죄단지)”라고 말했다.
● “경찰도 못 건드리는 ‘유령도시’”
프놈펜 시내에서 약 15km 떨어진 이 부지는 총면적 1만 ha(헥타르) 규모로, 국립경기장과 워터파크, 골프장 등이 들어선 관광단지로 조성됐다. 그러나 단지로 이어지는 왕복 6차로 도로에는 차도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현지인은 “여긴 땅은 넓지만 유령도시(ghost city)”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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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실내체육관과 숙소 예정 부지가 나왔다. 교민은 “15층짜리 숙소 건물은 최근까지 온라인 사기 조직이 활동하던 곳”이라며 “지금은 시끄러워 비어 있지만, 옥냐들의 힘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잠잠해지면 언제든 다시 범죄 소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인근 놀이공원 ‘가든 시티 워터파크’도 상황이 비슷했다. 리용팟 의원이 소유한 이곳은 홈페이지에서 ‘모든 연령대를 위한 장소’라고 홍보했지만 미국 재무부는 이곳을 인신매매와 온라인 사기의 거점으로 지목하고 제재한 상태다. 다른 교민은 “요즘 교민 사회 전체가 입조심하는 분위기”라며 “권력층을 건드린 기사라도 나가면 누가 썼는지 찾아내 해코지할 수도 있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 美 “캄보디아 고위층, 인신매매 공모”
캄보디아 10대 재력가로 꼽히는 콕안 상원의원(71) 역시 태국 경찰이 국제 온라인 사기 조직의 배후로 지목했다. 17일 오후 5시경(현지 시간) 프놈펜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콕안 의원 소유의 크라운 카지노 인근 웬치 입구는 중국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음식 배달 오토바이가 도착하면 경비 인력이 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북부 도시 포이펫의 크라운 카지노 등을 거점으로 태국인을 유인해 강제노동과 대포통장 개설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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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프놈펜=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