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사태] 캄보디아 프놈펜 범죄현장 르포 외부에 빨래 등 가정처럼 위장… 대규모 웬치 ‘태자단지’는 텅텅 “경찰이 정보 흘리지않곤 불가능”… 韓 경찰 파견인력 3명→8명 증원
16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인 논케우의 ‘태자단지’ 숙소 내부 모습. 최근 현지 당국의 단속으로 범죄 조직원들이 급히 떠나면서 2층 침대와 옷가지 등 생활 흔적만 남아 있다. 논케우=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 아파트로 숨어든 범죄조직
취재팀과 동행한 15년 차 교민 A 씨(63)는 100m 간격으로 붙어 있는 건물들을 가리키며 “여기도 저기도 모두 웬치”라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팀이 웬치의 사진을 촬영하려고 하자, 천막에 있던 중국인들이 제지하려 다가서기도 했다.
광고 로드중
실제 일부 아파트형 웬치는 도심에 녹아들기 위해 위장 수법을 쓰고 있었다. 외부에 빨래 등을 널어 두거나 한자 ‘복(福)’ 등 중국어가 적힌 문구를 붙여둬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려는 것. A 씨는 “외국인과 여행객이 많이 다니기에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아파트형 웬치는) 사람이 드나들지 않고 대문이 항상 잠겨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웬치가 최근 국제 제재와 단속 강화로 운신하기 어려워지자 조직들은 도시 곳곳으로 흩어지는 ‘분산형 생존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A 씨는 “(대규모 웬치와 달리) 이건 외관상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 단속 조여들자 대규모 웬치는 ‘텅텅’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왼쪽에서 세 번째) 등 정부합동대응팀이 같은 날 태자단지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도피 직전 급한 상황을 보여주듯 철제 2층 침대에는 미처 챙기지 못한 옷들이 걸려 있었다. 한 교민은 “이렇게 큰 웬치인데 현지 경찰이 정보를 흘리지 않고서야 다 이주한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 현지 경찰 협력관 증원 추진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왼쪽에서 세 번째) 등 정부합동대응팀이 같은 날 태자단지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경찰청은 시도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 소속 인터폴 공조 담당 직원을 기존 22명에서 47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또 캄보디아 현지 파견 인력을 기존 3명에서 8명으로 증원하고, 시아누크빌 등지에 ‘코리안 데스크’를 2명 설치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단지를 주도하던 조직이 아파트형 웬치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검거와 구조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위성 사진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추적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워 수사·구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 교민은 “우리 정부가 뒤늦게 합동대응팀을 급파했지만, 피해자 구출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프놈펜=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논케우=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