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 르포 단속 강화에 침대-옷 등 버리고 줄행랑 빌라 등에 숨어…빨래 걸어 가정집 위장 위층엔 투자 사기 리딩방 등 ‘은밀한 영업’ 범죄 적발-한국인 구출 어려워질수도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 및 감금 사건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된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온라인스캠범죄단지인 태자단지. 2025.10.16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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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대학생 박모 씨(22)의 시신이 안치된 프놈펜 떡뜰라 사원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센속구의 한 아파트. 16일 오후 5시경(현지시간) 취재팀이 찾은 이곳은 겉보기엔 평범한 주거지였다. 주민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건물 앞 도로엔 차들이 지나다녔다. 하지만 위층엔 투자사기 리딩방이, 1층엔 감금 인력을 감시하는 경비 천막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소규모 ‘아파트형 웬치(범죄단지)’다. 인신매매의 상징이던 시아누크빌의 대규모 웬치가 단속으로 문을 닫자 범죄조직이 도심 속 빌라나 오피스텔 여러 층을 빌려 은신하고 있는 것이다.
● 아파트로 숨어든 범죄조직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 및 감금 사건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15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주요 범죄 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 2025.10.1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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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부 아파트형 웬치는 도심에 녹아들기 위해 위장 수법을 쓰고 있었다. 외부에 빨래 등을 널어두거나 한자 ‘복(福)’ 등 중국어가 적힌 문구를 붙여둬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려는 것. A 씨는 “외국인과 여행객이 많이 다니기에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아파트형 웬치는) 사람이 드나들지 않고 대문이 항상 잠겨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웬치가 최근 국제 제재와 단속 강화로 운신하기 어려워지자 조직들은 도시 곳곳으로 흩어지는 ‘분산형 생존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A 씨는 “(대규모 웬치와 달리) 이건 외관상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 단속 조여들자 대규모 웬치는 ‘텅텅’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과 베트남 국경 지역 쯔러이톰에 위치한 온라인스캠범죄단지. 현지인들에 따르면 이 단지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생겼다. 범죄조직들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눈을 피하기 위해 국경지대로 거점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10.16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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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삼합회 계열 중국 범죄조직이 이들 대형 웬치를 운영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단속 강화로 이들 조직은 캄보디아로 본거지를 옮겼다. ‘14K’와 ‘선이온(新義安)’ 등의 조직이 온라인 사기나 감금 범죄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현지 경찰 협력관 증원 추진
경찰은 해외 수사 공조 역량을 대폭 보강하기로 했다. 특히 인터폴 공조 전담 인력을 현행의 2배 넘게 확대하고, 인터폴 적색수배·수배 확장 등 국제 공조 요청 건의 처리 속도와 빈도를 높이기로 했다.
경찰청은 시도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 소속 인터폴 공조 담당 직원을 기존 22명에서 47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또 캄보디아 현지 파견 인력을 기존 3명에서 8명으로 증원하고, 시아누크빌 등지에 ‘코리안 데스크’를 2명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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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논케우=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