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이스라엘 인질 석방 국경지역 음악축제서 함께 납치돼… 여성은 작년 6월 먼저 구출돼 화제 인질들 “사슬에 묶여 곰팡이 빵 먹어”… 이, 생존자-가족 재활치료 본격 착수
풀려난 연인-형제 1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 인근에서 열린 노바 음악축제에 참석한 이스라엘인 노아 아르가마니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끌려가면서 절규하고 있다(1번 사진). 그의 연인 아비나탄 오르도 납치되고 있다(2번 사진). 737일이 흐른 13일 석방된 오르가 먼저 풀려난 아르가마니를 만나 재회의 정을 나누고 있다(3번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날 함께 석방된 다비드·아리엘 쿠니오 형제가 환호하는 모습. 이스라엘 정부 인스타그램·이스라엘=AP 뉴시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된 후 737일 만인 이달 13일 풀려난 이스라엘 민간인 남성 아비나탄 오르 씨(32)가 연인 노아 아르가마니 씨(28)와 재회하며 남긴 소감이다.
이스라엘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은 서로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입맞춤했다. 눈에 눈물이 고인 채 한동안 부둥켜안으며 재회의 감동과 기쁨을 누렸다. 이스라엘 정부 또한 인스타그램에 두 사람이 재회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드디어 재회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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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죽이지 마” 소리치던 여성, 연인과 재회
오르 씨와 아르가마니 씨 커플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후 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아르가마니 씨가 납치 당시 하마스 대원에게 “나를 죽이지 마”라고 소리치는 영상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아르가마니 씨는 지난해 6월에도 유명해졌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인근에서 로켓포, 장갑차, 헬기 등을 동원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여 그와 남성 3명 등 4명의 인질을 구했다. 다만 구출 과정에서 최소 274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숨지고, 700명 이상이 다쳐 작전의 정당성 논란 또한 거셌다.
역시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에 납치된 아리엘(28), 다비드 쿠니오 씨(35) 형제 또한 가족, 연인과 재회의 기쁨을 누렸다. 두 형제와 아리엘 씨의 연인 아르벨 예후드 씨(29)는 모두 가자지구 인근 ‘니르오즈’ 키부츠에서 납치됐다. 예후드 씨는 올 1월 풀려났지만 연인, 연인의 형제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두 사람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렸던 터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 사람은 “가족과 함께 치유와 회복의 긴 여정에 집중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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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질 재활 수년 걸릴 듯”… 일부는 ‘실명’ 중상
팔 수감자 전원 석방 13일 이스라엘 인질과 맞교환으로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가자지구 남부 거점도시인 칸유니스에 도착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968명을 전원 석방했다. 이들 중 1700여 명은 가자전쟁 도중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기소 없이 구금됐고, 250여 명은 이스라엘인을 위협한 혐의 등으로 복역해왔다. 칸유니스=AP 뉴시스
다만 알론 오헬 씨(24) 등 일부 인질은 심각한 부상을 입어 완전한 재활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정부는 오헬 씨가 내내 갇혀 있던 공간이 공격을 받으면서 눈에 파편이 튀어 오른쪽 눈을 실명한 상태라고 공개했다. 또 다른 귀환 인질 롬 브레슬라브스키 씨 또한 올 7월 공개된 동영상에서 “발을 다쳐 일어설 수 없다”고 호소했었다.
물리적으로 큰 부상이 없는 인질들도 장기간의 강압, 죽음의 공포 등에 오랫동안 시달렸던 터라 집중적인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한 인질은 “억류 기간 내내 사슬에 묶여 있었다. 곰팡이가 핀 빵이 유일한 식량이었다”고 증언했다. 일부 전문가는 감금 상태로 인한 후유증이 수개월 혹은 수년 뒤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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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의료기관 라빈메디컬센터는 귀환한 인질들의 재활 치료에 집중하는 ‘귀환인질과’를 신설했다.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심리학자, 영양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와 의료진이 전문 치료를 제공한다. 인질 가족들에게는 병동 내에 숙박 공간도 제공하기로 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