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락앤런 대표(오른쪽)가 생후 5개월 된 딸을 안고 있는 아내 박하영 씨와 함께 최근 문을 연 전북 장수군 장수읍 ‘장수 샤모니 트레일 빌리지’ 사무실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산 달리기를 좋아한 그는 트레일러닝대회를 만들어 아내 고향인 장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장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그는 “마라톤 완주 후 달리기가 제게 딱 맞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꾸준히 달렸다”고 했다. 대학생이라 주로 저녁에 달렸다. 2015년 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 100km를 완주했다. 2016년부터는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사막 마라톤에 빠졌다.
“복학해 국토대장정 등 다양한 도전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때 제주도 한라산을 달리는 대회를 알게 됐어요. 한라산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해 겸사겸사 신청했는데 그게 트레일러닝대회였어요. 3일 동안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였죠. 그때 태극기를 달고 달리는 분이 있었어요. 국가대표도 아닌데…. 여쭤 보니 사막 마라톤 나갈 때 입는 복장이라더군요. ‘사막을 달린다고?’ 휴학하고 돈을 모아 2016년 4월 나미비아 사하라사막마라톤에 출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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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2018년 대학을 졸업하고 호주 브루니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호주 트레일러닝 대회도 참가하고 돈도 벌기 위해서였다. 2019년 UTMB를 완주하고 호주로 돌아가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내는 달리기를 전혀 해보지 않았다는데 잘 뛰었다. 알고 보니 고향 장수에서의 어릴 적 삶이 산을 걷고 뛰는 것이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함께 달렸다.
“2019년 12월 아내의 시골집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서울에서 학교 다니던 아내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생활이 심해지자 그해 12월 장수로 내려가 잠시 산다고 해 함께 내려왔죠. 그리고 지금까지 쭉 살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특기를 살려 ‘장수러닝크루’를 만들어 함께 달렸다. 청년들이 모이니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러다 장수군의 청년 동아리 지원사업으로 어린이 마라톤대회를 개최했고, 자연 환경이 좋은 장수의 산을 달리는 대회를 만들면 성공할 것 같았다. 2022년 9월 제1회 장수트레일레이스를 개최했다. 시작은 200여 명으로 미미했지만, 반응은 좋았다. 장안산(해발 1237m), 팔공산(1149m), 백운산(1278m) 등을 지나는 청정코스가 참가자들을 불러 모았다.
4년째인 올해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열린 제6회 장수트레일레이스엔 1963명이 참가했다. 장수군민이 2만 명 남짓이니 그 10분의 1가량이 달린 셈이다. 그동안 메인인 장수트레일레이스(20km, 38km, 100km, 170km)를 비롯해 애견과 함께 달리는 캐니크로스 장수,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 기간에 열리는 레드푸드레이스 등 다양한 대회를 만들었다. 어느 순간 장수가 트레일러닝의 성지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군민들도 자발적으로 도와준다. 최훈식 군수를 포함한 장수군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이젠 지역의 대표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성장할 기반을 갖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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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