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거주자들 불안감에 대거 매입… 부산·포항에서도 문의 전화
서울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바라본 광진구 광장극동1·2차 아파트. 김우정 기자
“높은 호가에 매물로 나온 집을 둘러본 매입 희망자가 당장 사겠다고 해서 집주인에게 계좌번호를 물어보니 ‘그 정도 가격에도 팔리나 싶어 ‘간’만 봤다’며 안 판다고 하더라. 집값이 계속 오르는데 수요는 많고 매물은 귀하다 보니 벌어지는 기현상이다.”
서울 ‘마성광’(마포·성동·광진) 매입 열기↑
기자가 10월 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만난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이 들려준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이다. 광진구는 최근 ‘마성광’(마포·성동·광진)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집값 상승세가 강한 지역이다. 이른바 ‘마용성’의 한 축을 이루는 용산구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마성광 지역으로 매입세가 확산되며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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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동 A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송파에 사는 사람이 전세 끼고 집을 사기도 하고, 동대문 등 인근 다른 지역의 집을 팔고 갈아탄 사람도 있다”며 “부산이나 경북 포항 지역에서도 문의 전화가 많이 오는데, 돈 많은 지방 사람들이 더 늦기 전에 여유자금을 서울에 묻어두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B 부동산공인중개사는 “동대문, 강북, 경기 구리에서 갈아타려는 수요가 먼저 몰려들었고 이어서 광진구에 전세로 살던 사람들이 불안감에 집을 대거 샀다”고 전했다. 광진구 자가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6·27 대책을 보고 ‘정부가 잘한다, 이번에는 집값 좀 잡아보라’고 응원했다. 여기에 공급 대책까지 잘 나오면 집값이 안정될 것 같았는데, 9·7 대책이 나온 후 ‘역시 상급지에 집을 사야겠다’는 주변 사람이 많아졌다”며 “10만 원 지원금(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주고 집값을 이렇게 올리면 무슨 소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닉 바잉’ 열기가 강해지면서 집값 상승세는 서울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같은 날 찾은 동대문구는 최근 마성광에 이어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는 곳이다. 기존에는 학군 등 생활 인프라가 다소 부족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강북 도심 접근이 용이해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입세가 유입되고 있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121㎡는 9월 2일 18억3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2014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2397채 규모 대단지로 지역에서 선호도가 높다. 인근에 있는 답십리동 래미안위브도 9월 18일 59㎡가 13억5000만 원에 팔려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농동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하루 5통 정도는 매입 문의 전화가 온다”며 “상급지에 비해 여전히 가격 메리트가 있다 보니 거래도 드문드문 나온다”고 말했다. 답십리동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마용성 아파트를 사려다가 너무 높은 가격에 놀라 이 동네 아파트를 보러 오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대해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정부가 추가로 부동산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패닉 바잉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상급지 집값 상승세가 동대문구와 성북구 등 지역 신축 단지로도 번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섣부른 추가 규제, 상승세 확산할 수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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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509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