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국감증인 채택] 국감 ‘기업인 증인’ 채택 역대 최대 지도부 “자제” 당부에도 마구잡이… 환노위 증인 채택 17명 전부 기업인 해킹사태-MBK 증인 소환 옳지만, 일단 불러놓고 보자는 관행도 여전
여야가 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요구건을 의결하자 한 국회 관계자는 “국정감사 시즌에 기업인들을 ‘일단 불러놓고 보자’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환노위가 채택한 17명의 증인이 모두 기업인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국감을 앞두고 “야당 때처럼 기업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마구잡이 신청하지는 말자”고 당부했고, 야당 지도부도 무분별한 증인 채택은 자제하자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는 역대 최다인 166명의 기업인이 증인 명단에 이미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 APEC CEO 행사 당일 소환된 최태원 회장… 건설사 대표들은 무더기 소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8일 열리는 정무위원회 비금융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계열사 부당 지원 관련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이유다.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 회장은 28∼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을 맡고 있다. 계열사 부당 지원을 둘러싼 논란에도 국가적 행사가 열리는 당일 국감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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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업인들이 국감에 나오더라도 최대 10시간까지 대기하다 몇 마디도 못 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2022년 동아일보가 국감 증인 발언 시간을 전수 분석한 결과 1명당 답변 시간은 3분 41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증인이 3분도 채 답하지 못했고, 답변 기회를 1초도 얻지 못한 증인도 있었다.
● 정쟁·민원 위한 증인 채택도… 개인정보 유출 등 물의 일으킨 기업도 포함
국감 자리 맡으려 사다리까지 동원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4층 대기공간 책상 위에 사다리와 수레 등이 올려져 있다. 13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앞서 정부 부처 등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올려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경제신문 제공
다만 허술한 보안 관리로 개인정보 유출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도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선 김영섭 KT 대표와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롯데카드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등이 정무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등 통신3사 대표를 모두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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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