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전산실 ‘할론 소화기’로 진화… 열폭주 못막아 7분뒤 다시 불길 리튬 배터리용 소화기 기준 마련… 통과한 제품 9개월간 하나도 없어 검증 안된 허위제품 온라인서 판쳐
서울 강남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전기차 화재 대비 리튬이온배터리 전용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 뉴스1
● 배터리에 무용한 소화기로 진화 시도
소방 등에 따르면 불은 지난달 26일 오후 8시 15분경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 전산실 서버 옆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직후 건물에 비치된 할론 소화기로 불을 끄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도 같은 소화기로 진압을 시도했으나, 7분 뒤 배터리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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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열폭주를 잡으려면 액체 약제가 효과적이라고 알려졌지만, 아직 그 효과를 소방청으로부터 인증받은 소화기가 없다. 30일 소방청에 따르면 소화기는 소방시설법에 따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형식 승인과 제품 검사를 거쳐야 유통할 수 있는데, 이 절차를 통과한 제품이 없다는 뜻이다.
소방청은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사고로 23명이 숨지는 등 리튬 배터리 화재가 빈발하자 같은 해 12월 소형 리튬 배터리 화재용 소화기 인증 기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9개월째 해당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은 등장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이 기준은 가정용 전자기기나 소형 장비를 겨냥한 수준일 뿐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화재와는 거리가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열폭주를 막을 약제에 대한 국제 공용 기준도 없다”며 “결국 현재로선 물에 배터리를 담그는 ‘냉각’ 방식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 인터넷선 ‘가짜 배터리 소화기’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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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에서도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소방청 관련 기준과 인증 제품이 부재한 상황에서 행정안전부가 한 업체의 리튬 배터리 소화기에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한 것이다. 행안부는 방재 목적이 아닌 산업 진흥 촉진 과정에서 이를 인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배터리 화재 사고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관련 연구 공모, 외국 제품 성능 테스트 등을 통해 전용 소화기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