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대미수출] 관세發 수출 리스크 현실로… 美, 2분기 車-TV 수입 20%씩 줄여 한국, 25% 車관세에 수출 감소 예상… 현지 재고 활용해 관세 영향 최소화 하반기부터 日에 자동차 관세 밀려… 상호관세-반도체 품목관세도 변수
텅 빈 기아車 광주 출고장 9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 완성차 출고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지난해 총 생산 대수의 35%를 미국에 수출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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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시작한 2분기(4∼6월), 미국의 한국 자동차 수입이 30억 달러(4조1600억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한국 기업들은 관세와 관련해 앞으로가 더 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8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관세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美 수입, 자동차·TV만 20조 원 증발
10일 동아일보가 유엔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미국은 자동차, TV 수입을 각각 20%가량 줄였다. 자동차는 449억9272만 달러(약 62조45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0%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은 213억806만 달러로 8.2%, TV는 40억4420만 달러로 18.6% 줄었다. 이들 세 품목의 감소분은 148억1716만 달러로 원화 기준 약 20조6000억 원에 이른다.
미국이 4월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각국의 2분기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는 이미 예상됐다. 현지에서 생산된 자동차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 각 기업들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국발 수출을 줄이고 현지 재고를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자동차·기아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의 기존 재고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을 택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 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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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이 관세 전쟁 이후 수입을 늘린 품목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 부품이 대표적이다. 2분기 미국의 컴퓨터 부품 수입액은 199억2582만 달러로 52.6% 증가했다. 이 중 한국산은 20억8513만 달러로 32.0% 늘었다. 다만 이 역시 정상적인 수출 증가가 아니라 반도체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 현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사재기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 갈수록 커지는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여기에 올 하반기부터는 한국차가 미국에서 일본차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줄이는 데 합의했지만 미국은 아직 바뀐 관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산 자동차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관세율을 기존 27.5%에서 15%로 낮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파는 자동차 대부분이 7월부터 관세 영향권에 들며 제품 가격 인상 또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일본 자동차와 경쟁하려면 한국차도 협상대로 15% 관세를 적용받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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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관세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반도체 품목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반도체에 100% 품목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지만,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한국 기업에 대한 대규모 단속 사태를 보면 언제 말이 바뀔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발 관세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꼽으며 한국의 산업 공동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일례로 현대차는 3월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준공했고 미국에 2028년까지 2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상황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