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감내별마루체육센터 옥상에 조성 어린왕자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외국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웃지 못한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별마루센터에 가려면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지나야 하는데, 이곳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사생활 침해와 쓰레기 투기 등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 옆 주택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김모 씨(80)는 “창문으로 집 안을 들여다보거나 문을 열려고 한다. 집 안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어 창문을 열지 못하고 산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먹다 남은 음료 컵 같은 쓰레기를 골목에 그대로 두고 간다. 오전에 치워도 오후가 되면 다시 쌓인다”며 “청소는 모두 주민 몫”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감천문화마을 주민이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사진을 보여주며 생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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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별마루센터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을 전역에 관광객이 대거 몰리면서 생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민들은 호소한다. 두 사람이 겨우 마주 지나갈 수 있는 골목에서는 관광객과 부딪혀 고령 주민이 다치기도 했다. 경로당에서 만난 한 80대 주민은 “외국인 관광객과 말이 통하지 않아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주의를 줄 수도 없어 답답하다”며 “마을 입구에 여러 언어로 된 ‘에티켓 안내판’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감내별마루체육센터 옥상에 설치된 어린왕자 조형물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사하구는 이러한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감천문화마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구청장이 관광객으로 인해 주민 생활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큰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 관광객 방문 시간과 차량 통행 등을 제한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 감천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 7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야간 통행 제한 등에 찬성하는 주민도 많았지만 “조명을 밝히고 더 많은 관광객을 받아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구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용역 등을 거쳐 이르면 올 연말 특별관리지역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