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는 원래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고, 실제로도 대부분 그렇게 활용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음악, 군수, 의료 같은 업계에서 게임기의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을 탐내어 색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 엔바토엘리먼트
닌텐도 DS로 연주 중이다. 마블러스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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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x 패드로 잠수함을 조종하고 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 미션 시스템즈 공식 홈페이지
이 시도는 무인 헬리콥터, 드론, 폭발물 처리 로봇 등 다양한 군용 장비로 확산되었는데요. 실제로 ‘ARSS’라 불리는 자율 저격 로봇, XM1216 소형 무인 지상차량, XM1219 MULE 차량 같은 체계가 Xbox 게임패드로 조종 가능하게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게임기가 군수 장비의 조종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자 유럽연합(EU)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이 상용 게임기를 드론 조종에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Xbox와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등 주요 콘솔 기기의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까지 했는데요.
EU의 16차 대(對)러 제재 패키지에 게임기가 포함됐다. 무역안보관리원 EU의 제16차 對러 제재 패키지 분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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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 밸런스 보드 출처.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반대로 사람을 살리는 의료계에서도 게임기는 환영받는 손님입니다. 특히 닌텐도 Wii용 하드웨어 ‘Wii 밸런스 보드’가 저비용 기립 균형 평가 장비로도 주목받은 바 있는데요. 기립 균형 평가는 노인이나 환자의 낙상 위험을 예측하고 재활 효과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지표입니다. 원래 기립 균형(postural balance)을 평가하려면 보통 ‘골드 스탠다드’로 불리는 하중 플랫폼(Force Platform, FP)이 필요하지만, 장비가 워낙 고가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죠. 이에 로스 A. 클라크(Ross A. Clark)를 비롯한 연구진은 값싸고 휴대가 간편한 Wii 밸런스 보드를 대안으로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직접 실험을 해본 결과, Wii 밸런스 보드는 검사 신뢰도와 결과 일치도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여 임상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물론 아주 미세한 변화를 잡아내는 민감성은 전문 장비보다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임상 환경에서는 낙상 위험 선별이나 재활 경과 추적처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파악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죠.
이외에도 닌텐도 Wii는 재활 치료에서도 활용되고 있는데요. 국내의 경우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이 Wii 스포츠의 테니스, 볼링, 권투 프로그램을 ‘닌텐도재활치료’라는 이름으로 실제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게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임기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걸 보니 참 놀랍습니다. 게임기 성능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더 다양한 활용법이 나올 것 같아서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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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원 게임동아 기자(sw@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