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율 14.9%…계량기 75% 잠그는 2단계 제한 급수 상업시설 단축 영업-배추 바짝 말라 농작물 피해 속출
“물 부족을 걱정해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데, 제한급수가 길어지면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강원 강릉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만집 씨(64)는 31일 깊게 주름진 얼굴로 이렇게 하소연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강릉의 주 취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이날 14.9%까지 떨어지면서 생활용수는 물론이고 생업까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강릉에 재난사태와 국가소방동원령을 선포하고 소방차로 물을 실어 오는 등 대응에 나섰다. 산불 등 사회재난이 아닌 자연재난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한 건 관련 제도를 도입한 2004년 6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 재난사태 선포에 소방차 하루 2500t 급수
소방청의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31일 강릉시 강북종합운동장에 전국 각지에서 온 71대의 소방차가 집결했다. 이 차량들은 인접 시군에서 취수해 강릉 홍제정수장으로 물을 운반 급수한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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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반급수를 위해 강릉시에 투입된 소방차들이 31일 홍제정수장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강릉을 방문해 가뭄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재난사태 선포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또 가뭄의 근본 대책으로 바닷물 담수화를 제안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이 “9월엔 비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하늘만 믿고 있으면 안 된다. 사람 목숨 갖고 실험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농민들 “계곡물까지 말라…하늘만 바라본다”
강릉시는 자체적으로도 용수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농작물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은 왕산면 안반데기 일대 배추밭은 가뭄으로 상품성을 잃고 있다. 배춧잎이 누렇게 말라 죽거나 속이 물러 녹아내리는 ‘콧병과 꿀통’이 번졌다. 농민 김모 씨(59)는 “계곡물까지 말라 급수차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인데, 그 물로는 절대 부족해 하늘만 바라볼 뿐”이라고 말했다.
해발 1100m,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단지인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있지만 몇 달째 이어진 가뭄에 배춧잎이 누렇게 말라죽거나 속이 물러 녹아내리는 일명 ‘콧병과 꿀통’이 번져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강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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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강릉의 누적 강수량은 404.2㎜로 평년(94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당분간 뚜렷한 비 소식도 없다. 1일 전국 곳곳에 최대 8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강원 동해안 지역에는 약 5㎜의 비만 예보돼 해갈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는 1일 두 번째 가뭄 비상대책을 내놓는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