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가 긴 장골로 몸통 균형 유지 연골 형성 때 성장판 좌우로 뻗어 유인원, 장골 위치-형성 시기 달라
인간의 장골은 형성 각도와 위치 등이 유인원의 장골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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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등 다른 유인원과 차이를 보이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이족보행’이다. 골반을 구성하는 부채 모양의 커다란 뼈인 장골(엉덩뼈)에서 일어난 두 가지 구조적 혁신이 인간이 두 발로 걷게 된 이유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규명됐다.
테런스 카펠리니 미국 하버드대 인류진화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조직학적, 해부학적, 기능적 유전체 접근법을 통해 인간의 장골이 다른 유인원의 장골과 어떻게 다른 구조를 갖도록 진화했는지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인간의 장골은 꼿꼿하게 서서 두 발로 걸을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신체 부위인 골반을 구성하는 뼈 중 하나다. 인간 장골은 세로로 짧고, 옆으로 퍼져 있는 부채꼴 모양이다. 내장기관을 지탱하고 이족보행이 가능하도록 몸통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간과 달리 다른 유인원의 장골은 뒤쪽으로 길고 좌우로는 좁다. 나무를 타거나 사족보행을 하기에 적합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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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장골이 형성되는 위치와 시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인간 장골의 골화(骨化) 과정은 다른 유인원의 장골 및 인간의 다른 뼈 부위 골화 과정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다. 골화는 연골 등이 단단한 뼈로 바뀌는 과정을 뜻한다.
다른 유인원의 장골이나 인간의 다른 뼈는 뼈 가운데에서 1차 골화가 시작되고, 뼈의 양쪽 끝부분에서 2차 골화가 생기면서 연골세포가 뼈로 변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빠르게 진행돼 팔다리 등이 길어지도록 만든다.
반면 인간 장골에서는 장골의 뒤쪽과 바깥쪽에서 골화 과정이 일어난다. 장골 바깥쪽에 있는 섬유세포 및 연골막세포가 뼈를 만드는 세포인 조골세포로 변해 장골 형성에 관여한다는 특징이 확인됐다. 뼈의 발달 시기도 차이가 있었다. 인간 장골은 인간의 다른 뼈나 다른 유인원의 장골보다 골화 과정이 늦게 시작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구조적 혁신이 분자 수준에서 상호 연결된 점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인간 장골의 발달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수백 개의 ‘조절 서열’ 특징을 발견했다. 조절 서열은 유전자 발현의 양과 속도가 조절되는 것을 말한다. 인간 장골에서는 ‘SOX9―ZNF521―PTH1R’과 ‘RUNX2―FOXP1/2’라는 뼈 형성 관련 유전자가 서로 얽혀 작동하면서 성장판, 연골세포, 조골세포 발달을 통합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통합 네트워크, 장골의 발달 시기 및 성장 위치, 성장 방향 등이 오늘날 인간 장골의 고유한 모양과 기능을 부여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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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