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새 38% 증가, 시술도 33% 늘어… 진료비도 2018년 104억→작년 198억 30대 중반이후 생식능력 저하에도 여성과 달리 ‘난임 상담’ 기피 경향 비용 부담도 커… 정부지원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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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결혼 3년째를 맞은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임신에 어려움을 겪자 최근 병원을 찾았다. 박 씨 부부는 아직 젊기 때문에 자연 임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자 형성 이상’으로 난임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내가 난임의 원인일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아내도 여러 검사를 받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이고 정신적 충격도 클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남성 난임 환자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었다. 최근 남성 난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검사가 늘었고 만혼, 스트레스 등 현대인의 생활 방식 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 작년 남성 난임 환자 10만 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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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체로 남성 난임은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식습관 불량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남철 부산대 비뇨기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는 남성 호르몬 수치를 낮춰 생식 기능을 저하하고 술과 담배는 정자 수와 운동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태진 일산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30대 중반이면 전립선 비대증 등 남성 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생식 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반면 출산율은 지난해 7월 반등한 뒤 12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이를 갖기를 원하는 가임기 부부가 늘어난 것도 난임 진단 증가의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어려움 말하지 않는 남성 난임 환자
남성 난임 환자들은 심리적인 고통을 받지만 터놓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임산부심리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난임 상담 중 남성 비율은 12.3%에 그쳤다. 여성과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 모임 등도 활발하지 않다. 전명욱 중앙난임·임산부심리상담센터장은 “난임 판정을 받으면 남성성의 상실로 받아들이고 우울감과 자존감 저하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에서도 여성 난임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 남성 난임과 관련된 치료와 수술은 체외수정, 인공수정 등 여성의 보조 생식술로 이어지지 않으면 정부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정자증 환자는 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채취하는 수술을 받는데, 이때 정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정자를 찾기 위해 사용되는 수술 현미경 사용료, 특수재료비, 조직 처리 및 검사비 등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최대 300만 원에 달해 여러 차례 수술할 경우 경제적 부담은 더 커진다. 3차례 수술을 받은 30대 남성 김모 씨는 “두 번은 정자를 얻었지만 시험관 시술에 실패했고, 세 번째 수술에서는 정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이미 많은 돈을 쓴 상태에서 지원도 없어 경제적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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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