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출신, 우크라에 꾸준히 관심… 알래스카 회담 계기로 편지 보내 “아이들 순수함 보호, 인류에 봉사를” 기아 위기 가자에 구호품도 설득 트럼프 “최고의 여론조사원”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15일 남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왼쪽 사진). 그는 “당신만이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다”며 전쟁 후 러시아로 강제 이송당한 우크라이나 아동의 귀환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그와 자국 국기를 배경으로 한 합성 사진(오른쪽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 등에 게시하며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 출처 백악관 X·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15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백악관이 공개했다. 이번 회담에 동행하지 않은 멜라니아 여사는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호함으로써 당신(푸틴)은 러시아를 넘어 인류 그 자체에 봉사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동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옛 유고슬라비아 연방 소속 공화국 중 한 곳) 태생으로 22세까지 이곳에서 거주했다. 그는 역시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우크라이나에 줄곧 동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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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에게 입김을 행사하며 일종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멜라니아 여사의 활동을 두고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투트랙 외교 전략이라고 진단한다.
● 러의 우크라 어린이 납치 간접 비판
15일 백악관이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는 “모든 아이는 지역, 정부, 이념을 떠나 순수한 존재로 태어났고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을 꿈꾼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앗아갈 거대한 힘(러시아)에 맞서고 있다고 적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납치된 수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환을 호소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백악관 관계자 또한 로이터통신에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을 통해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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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측은 “어린이들을 전쟁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어린이를 자녀가 없는 러시아 가정에 강제 입양시키고, 대부분의 어린이들에게 러시아어와 역사 교육을 시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보호자 동의 없는 어린이 강제 이주는 전쟁 범죄”라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도 2023년 3월 어린이 납치 및 이송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15일 회담이 중립국이 아닌 미국 땅에서 열린 이유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 ICC 회원국이 아닌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세계 대다수 국가가 가입한 ICC 회원국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멜라니아, 우크라 전쟁에 꾸준히 관심 보여
트럼프 대통령 또한 자신의 정책에 부인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백악관 정상회담 당시 멜라니아 여사를 “매우 똑똑하고 중립적인 사람”이라고 극찬하며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그만 보고 싶어 한다”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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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여사는 올해 초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를 대통령 부인으로만 보는 사람이 있지만, 나도 나름의 생각이 있다”며 “남편의 말과 행동에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남편에게 (특정 의제를) 조언하면 그가 수긍할 때도, 아닐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