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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야계 냇가에서 연밥 따는 아가씨, 연꽃 사이로 웃으며 사람들과 얘기하네.
햇살 비치자 고운 얼굴 물속에 환하게 번지고, 바람 불자 향긋한 소맷자락 허공 속에 나풀댄다.
나들이 즐기는 강기슭의 사내들은 뉘 집 자제일까. 삼삼오오 수양버들 사이로 얼쩡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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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若耶溪傍採蓮女, 笑隔荷花共人語. 日照新粧水底明, 風飄香袖空中擧.
岸上誰家遊冶郞, 三三五五映垂楊. 紫騮嘶入落花去, 見此躊躇空斷腸.)
―‘연밥 따는 아가씨(채련녀·採蓮女)’ 이백(李白·701∼762)
젊음의 생기로 가득한 수채화 한 폭. 그 여름 풍경 속에는 아가씨들이 연밭에서 수다꽃을 피우고 있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청년들이 수양버들 그늘 속을 얼쩡거린다. 은근히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는 중에 달뜬 설렘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시인의 부러운 눈빛, 웃음과 수런거림, 바람과 햇살, 꽃잎과 물빛의 어우러짐이 투명한 유리 속처럼 선명하다. 부러움도 잠시뿐, 이 장면은 곧 사라질 테고 시인은 영원히 저들 속에 섞이지 못할 것이다. 말이 울부짖으며 흩날리는 꽃길을 가르는 순간, 시인의 가슴에는 묵직한 공허가 남는다. 이미 지나간 청춘, ‘강가의 청년’에서 ‘강 건너의 관객’으로 옮겨 간 고적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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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