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가 본 ‘메니에르병’ 한의학선 ‘귀의 고혈압’으로 불러 난청-어지럼증-물 고임으로 진단 스트레스-소화 장애도 발병 원인
이호윤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왼쪽)와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이 메니에르병의 원인과 진단, 치료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빈센트 반 고흐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는 소용돌이치는 강렬한 별이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이 모습이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고흐가 겪었던 특정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고흐가 앓았던 질환은 어지럼증, 이명, 난청을 동반하는 ‘메니에르병’으로 알려져 있다. 메니에르병에 대해 의사와 한의사는 각각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이호윤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을 만났다. 이들은 각각 의료계와 한의계의 메니에르병 전문가다.
―메니에르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호윤 교수=“메니에르병은 이명, 난청, 어지럼증, 이충만감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국제 진단 기준에 따라 확정적 메니에르병(Definite)과 가능성 있는 메니에르병(Probable)으로 구분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내이 달팽이관과 전정기관 내에 존재하는 내림프액이 과도하게 축적되거나 압력이 증가해 팽창하는 ‘내림프수종’이다.”
이상곤 원장=“메니에르병을 귀의 고혈압이라고 불리는 특발성(원인 모르는) 수종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물이 고였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선 혈액 이외 체액이 고이면서 정체되는 이상을 수독이라고 한다. 귀 안에 림프액이라는 수독이 고이면 물먹은 것처럼 귀의 고유 기능인 평형기능과 청각 기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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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앞서 언급한 4가지 증상이 매우 중요하다. 청력검사로 난청의 특징을 확인하고 어지럼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전정기능검사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뇌·내이 부위 내림프수종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도 한다.”
이 원장=“한의학에서는 메니에르 진단 체크리스트가 있다. 어지럼증이 회전성인지, 귀가 먹먹한지, 청력이 떨어졌는지, 위 증상과 함께 귀에 압력이 찬 느낌이 있는지 등 전반적으로 물이 고였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을 물어본다.”
―메니에르병이 체질적인 측면에서 관련이 있다고….
이 교수=“메니에르병은 정서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진료하다 보면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가 많은 환자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들은 사소한 자극이나 짠 음식 등에도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또 발병에 유전적 소인이 작용할 수 있으며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는 체질이나 내이에 염증이 잘 생기는 경우에도 발병 위험이 높다. 알레르기, 천식, 구강 위생 불량 등 전신 염증 상태도 메니에르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원장=“메니에르병은 림프액 과다 생산과 배출 장애가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과다 생산을 실증이라고 하며 배출 장애를 허증이라고 한다. 실증은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항이뇨호르몬분비의 과다 생산으로 발생하고 허증은 만성적인 체력 저하나 소화기 장애로 림프액의 흐름이 나빠지면서 정체돼 생긴다. 이를 해결해 주는 한의학적 접근이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어떻게 치료하나.
이 교수=“내림프수종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체액량을 줄이는 이뇨제를 사용한다.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어지럼증·이명을 완화하는 베타히스틴도 흔히 처방한다. 경우에 따라 귀에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치료를 하며 모든 치료에 실패한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한다. 내림프수종이 있다고 해서 수분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충분한 수분 섭취가 내림프의 농도와 부피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탈수는 체액 농축을 유발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물을 하루에 1.5ℓ, 6∼8잔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메니에르병은 완치보다는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염분과 당분이 적은 식단을 유지하고 커피·녹차·홍차 등 카페인 음료와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게 증상 조절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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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