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공세에 중동까지 가세… 여천NCC, 조단위 영업익서 적자로 3공장 가동중단 이어 디폴트 우려 업체들, 시설 매각 등 자구책 모색… 업황 부진으로 입찰자조차 못찾아 “정부, 통폐합 세금 감면 등 지원을”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여천NCC가 자금 부족 상황에 빠졌다. 21일까지 자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공장 전경. 여천NCC 제공
● 조 단위 영업이익이 8년 만에 디폴트 위기로
10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DL그룹의 5 대 5 합작회사인 여천NCC의 재무 위기가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 실적 악화로 8일부터 여수 3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로, 21일까지 추가 자금 확보에 실패하면 디폴트 위기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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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의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올 3월에 1000억 원씩 출자하면서 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실적 악화로 인해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천NCC는 6월 대주주들에게 각각 1500억 원씩 총 30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자금 지원에 대해 대주주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예정된 날짜까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화 측은 일단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단계적 감산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15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 반면 DL 측은 회사를 살리는 데는 동의하지만, 에틸렌 단가 인상을 비롯해 장기 대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지원 금액이 얼마나 필요한지 추가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여천NCC뿐만이 아니다. 여수, 대산, 울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10여 개 나프타분해시설(NCC)이 대부분 경영난을 겪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은 대산 및 여수 공장의 일부 생산을 중단했다.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도 생산량을 감축하고 설비를 합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회사가 자구책으로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글로벌 불황에 인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쿠웨이트 국영 석유화학 기업인 PIC와 여수의 NCC 제2공장 매각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롯데케미칼도 해외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이 불황이다 보니, 누구도 인수자로 나서지 않으려는 상황”이라며 “일부 알짜 사업을 팔아서 손실을 메우고는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응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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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은 대표적인 수출 효자 산업이었지만 중국과 중동발 공급 과잉이 진행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2020∼2023년 석유화학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 생산량을 2500만 t 늘렸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전체 생산 가능량(1281만 t)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대 수출처였던 중국이 되레 저가 물량을 앞세워 시장 잠식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급속히 쪼그라들었다.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 가격에 맞춰 손실을 보면서도 팔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여기에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동까지 석유화학 생산기지 확장에 나서며 공급 과잉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앞으로 3년간 1500만 t의 공장이 새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현재 불황이 지속된다면 3년 뒤 국내 석유화학 업체 중 절반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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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