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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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 이란 등을 ‘불량 국가(rogue state)’라고 규정해 왔다. 전체주의 체제 아래 핵무기 개발 등으로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국가를 깡패에 비유한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정치학계에선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이 주도해 온 국제질서의 최대 위협은 미국 자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 당초 예상했던 고립주의를 넘어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강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불량 초강대국(rogue superpower)’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한마디에 뒤집히는 협상 결과
미국이 구축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해체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제질서가 바로 자유무역 체제다. 미국은 동맹, 우방국을 주축으로 한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관세를 낮추며 자유주의 기반의 질서를 확장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 규모에 비례한 무차별적 관세를 부과하며 동맹국과의 안보·무역 관계를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국의 부상을 견제해 온 패권 전략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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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국의 태도에 저항 움직임도 나온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깔보는데 참을 수 있나”라며 강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관세에 맞서 3차 보복 조치를 준비 중이다.
한국의 상황도 복잡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힘의 논리에 밀려 일방적으로 양보해선 안 된다”는 강경론이 나오는 반면 국민의힘은 당장이라도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미국의 관세 발효가 1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통령실에선 아직 대통령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위급 회담을 통해 간극을 좁히는 게 먼저라는 이유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첫 방미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한미 재무-산업 2+2 장관급 회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베선트, 러트닉, 그리어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결정을 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10일 남은 관세 발효, 최악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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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정치부장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