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인 강찬수 씨는 5월 미스터서울 & 미즈서울 선발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에 출전했다. 7명 중 6위를 했지만 뜻깊은 경험이었다. 15년 넘게 피트니스센터에서 몸 관리해 오면서 단 한 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도전을 감행해 거둔 성적이라 의미 있었다.
강찬수 씨가 5월 열린 미스터서울 & 미즈서울 선발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강찬수 씨 제공.
강 씨는 50세 넘으면서 당뇨병 전 단계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기 위해 친구들과 매일 아침 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을 찾았다. 그는 “뭐 체계적으로 운동하기보다는 그냥 러닝머신 위를 걷고 달리다 가끔 역기를 드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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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씨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약 15년 전 당뇨병 전 단계 판정을 받아 헬스클럽을 다니기 시작한 강 씨는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근육을 만들어 71세가 된 올해 5월 보디빌딩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강 씨가 체계적으로 근육운동을 시작한 것은 4년 전부터다. 진광식 파고다헬스클럽 관장이 “제대로 운동해 보라”며 이인혜 트레이너(60)를 소개해 줬다.
“관장님이 보기에 제가 슬렁슬렁 운동하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관장님이 ‘체형 비율이 좋으니 열심히 운동해서 대회에도 나가 보라’고 했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한마디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죠. PT(개인 트레이닝)를 받기 전에는 무작정 힘만 썼다면 그때부터는 부위별 근육을 체계적으로 만들었어요.”
크게 상체 및 하체, 코어로 나눠 세밀하게 훈련받았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은 그냥 힘만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부위별로 세세하게 운동한 뒤에야 근육이 만들어지고 윤곽도 뚜렷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한동안 대회 출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당뇨가 있어 식이요법을 무리하게 하다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 도전 안 하면 영원히 출전 못 할 것 같아 도전했다”고 했다.
강찬수 씨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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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씨(왼쪽)가 5월 열린 미스터서울 & 미즈서울 선발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에 출전해 참가자들과 함께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 강찬수 씨 제공.
무산소 운동인 근육운동을 하면서도 유산소 운동(달리기 걷기 등산 춤)을 적절하게 해줘야 지방을 잘 태워 근육의 선명도를 높일 수 있다. 댄스스포츠는 유산소 운동으로 볼 수 있다. 허리와 복부 근육도 많이 쓴다. 이 때문에 자세가 교정되고 근육의 탄력도가 높아진다. 규칙적으로 댄스스포츠를 하면 체중도 감소한다. 체중과 나이, 성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시간에 약 350칼로리를 소비한다. 격렬하게 출 땐 1시간에 700칼로리 이상 에너지를 태운다. 이는 시속 8km로 1시간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에너지소비량이 높다.
한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DB.
강 씨는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 주말엔 등산 대신 지인들과 어울려 스크린 골프를 친다. 그는 “덥기도 하고, 필드 나가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스크린 골프는 시원한 실내에서 친구들과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강 씨는 “미국에 가게 되면 아내를 포함해 가족, 지인들과 필드에 나가서 골프를 즐긴다. 그땐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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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씨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근육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기 존중감이 상승한다”고 강조한다.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근육을 만들며 몸을 관리하면 건강은 물론 자존감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근육을 키우는 데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2018년 9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으로 쓴 ‘로보캅 근육으로 무장한 82세 최고령 보디빌더’의 주인공 서영갑 씨(89)는 “근육엔 나이가 없습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노인들에게도 근육 운동의 효과는 크다.
강찬수 씨가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산에도 많이 다녀 장딴지 근육도 잘 발달돼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당시 JAMA에는 90세를 넘긴 남녀 9명을 대상으로 8주간 강도 높은 근력 훈련시켰다. 보스턴 소재 재활센터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대상이었고 몸이 좋지 않지만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 실시했다. 그 결과 근력이 174%±31%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걸음걸이도 4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는 저 강도보다는 고강도 근력훈련이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 들수록 근육운동을 하면 몸을 젊어지게 만든다. 근육이 생기면 자세가 좋아진다. 걸음걸이도 똑바르게 된다. 근육은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성장호르몬도 배출한다. 몸을 젊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근육은 젊음을 되돌리는 ‘회춘약(回春藥)’으로 불린다. 근육이 붙어 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심리적 자신감도 함께 따라온다. 나이 들면서 근육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이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