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열고 관세와 방위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왼쪽),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이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부과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국은 방위비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에 보내는 ‘관세 서한’을 가장 먼저 공개한 데 이어 충분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방위비 의제를 함께 협상할 뜻을 밝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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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부유한 한국이 미국에 방위비를 거의 내지 않는다”며 한국이 연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미가 합의한 2026년도 분담금의 약 9배에 달하는 액수다. 트럼프는 미국이 수십 년간 큰 무역 적자를 봤다며 관세를 거론하다 돌연 이 얘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한국이 스스로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은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물리겠다는 서한을 보낸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전에도 ‘원스톱 쇼핑’이란 말로 이런 뜻을 밝혔지만, 이번엔 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콕 집어 연결 지었다. 우리 정부는 관세율을 낮추는 카드로 조선업 협력 등을 거론해 왔다. 하지만 이제 안보-무역 패키지딜을 염두에 두고 협상 전략을 재점검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주한미군 역할을 대북 방어에서 중국 억제로 돌리려는 전략 전환과 연결돼 있다. 주한미군은 대만 유사시 대응 등으로 임무를 확장하고, 한국 방어는 한국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규모를 4만5000명으로 부풀려 말하며 “미국에 엄청난 손해”라고 했다. 한반도에 너무 많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된 숫자를 들이댔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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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관세 부과 시점으로 밝힌 다음 달 1일까지 3주간은 그 성패를 결정할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3%인 국방비를 5%까지 올리라는 미국의 압박도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그에 밀려 내주지 말아야 할 것까지 내줄 수는 없다. 트럼프가 꺼내 든 연 100억 달러는 주한미군 규모의 2배 가까운 주일미군의 주둔 비용으로 일본이 부담하는 14억 달러와 비교해도 너무 많다. 한미 동맹이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혜택을 보는 관계가 아니라 ‘윈윈’ 하는 동맹이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