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황제’로 군림했던 조호성 서울시청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라이딩을 하고 있다. 조호성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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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이클 선수 가운데 올림픽 시상대 위에 선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역대 최고 성적은 조호성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포인트레이스에서 기록한 4위다. 포인트레이스는 250m 트랙을 160바퀴 돌며, 10km마다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승자를 가리는 경주다. 158바퀴를 돌 때까지 3위였던 그는 두 바퀴를 남기고 1점 차로 역전당해 올림픽 메달을 놓쳤다.
메달은 못 땄지만 그를 지도한 정태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조호성은 “특별하다 못해 특이한 선수”였다. 그는 이후 단거리를 달리는 경륜으로 전향해 곧바로 ‘경륜 황제’가 됐다. 상금왕을 4차례 차지했고, 그랑프리 우승도 3번이나 했다. 당시 최다이던 47연승 기록도 세웠다. 육상으로 치면 마라톤 선수가 100m로 전향해 최고가 된 것에 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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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황제’의 삶은 화려했다. 달릴 때마다 우승했고, 우승할 때마다 큰 상금을 벌었다. 하지만 정신은 점점 피폐해졌다. 조호성은 “돈이 걸려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다. 베팅에 실패한 분이 집으로 찾아오는 날도 있었다. ‘세상이 이런 욕이 다 있구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욕을 먹었다”고 했다.
2009년 그는 스스로 황제 자리에서 내려와 아마추어 사이클로 돌아왔다. 못다 이룬 올림픽 메달의 꿈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살을 빼야 했다. 식단 조절과 유산소, 필라테스를 병행하며 몇 개월 만에 약 20kg을 감량했다. 조호성은 “칼로리를 최소한 섭취하고 많은 훈련량을 가져갔다. 살 빼기도 쉽지 않지만 찌우는 것에 비하면 훨씬 할 만했다”며 웃었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그는 현재 서울시청 감독을 맡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는 지도자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올해부터는 대한사이클연맹 전무로 선임돼 행정가의 일도 겸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운동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배 나온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러닝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주말에는 8시간 안팎의 등산을 간다. 그는 “걷거나 뛸 때 생각이 많이 정리된다. 행정가 일을 맡은 요즘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더 운동을 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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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