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주 잉그램의 과달루페강 케이드 루프 다리에서 5일 돌발 홍수로 무너진 다리 잔해를 치우는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2025.07.06 잉그램(미 텍사스주)=AP/뉴시스
● 90분 만에 강물 수위 10배 급상승…초토화된 100년 역사의 여학생 캠프
6일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홍수는 텍사스주 중남부 힐 컨트리 지역의 커 카운티의 과달루페 강 일대에서 벌어졌다. 당시 이곳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7~17세 여학생 750여 명이 참가한 ‘미스틱 캠프’가 진행 중이었다. 이 캠프는 1926년부터 시작된 여학생 전용 기독교 여름캠프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자녀와 손녀들도 다녔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지도교사로 이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의 명문 캠프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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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가 휘몰아치면서 근처 저지대의 어린이 등 야영객들이 물살에 떠내려가기 시작했고, 고지대 캠프 오두막에 있던 어린이들은 맨발로 대피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5일 기자회견에서 “캠프 옆 강은 이전 재해에서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끔찍하게 파괴됐다”며 “급류가 오두막 꼭대기까지 차 올랐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홍수는 멕시코만에서 공급된 엄청난 습기와 최근 멕시코를 강타한 열대성 폭풍의 잔여 습기가 합쳐지면서 발생했다. NYT는 “마치 머리 위에 흠뻑 젖은 스펀지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었다”며 “이런 뇌우가 느리게 이동하며 폭우를 쏟아내 치명적인 돌발성 홍수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 폭우 느는데 美 연방정부 구조조정으로 인력·예산 감축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폭우가 더 자주 발생하고 동시에 강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구 온난화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국가 기후평가에 따르면, 텍사스주 동부 기준으로 연간 5cm 이상의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이 1900년 이후 20% 급증했다. 기상학자 브렛 앤더슨은 “기후 변화로 대기가 따뜻해졌고, 따뜻한 대기는 훨씬 더 많은 수분을 품을 수 있게 됐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평균 대기 수분량이 이전보다 훨씬 더 증가하고 있다”고 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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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국 내 기상 분석 인력이 부족하고, 경보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연방정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상 관련 인력과 예산도 삭감돼 논란이 일고 있다. NYT는 “이번 홍수 피해 지역의 국립 기상청 사무소 내 많은 전문가 자리가 공석이었다”며 “해당 사무소의 공석률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에 비해 거의 두 배”라고 지적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