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협상국들에 ‘성의 있는 제안’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게 상호관세율 등이 적힌 서한에 이미 서명했다며 “월요일(7일)에 12개국 정도에 서한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한에 적힌) 금액, 관세율, 내용 등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어느 나라에 서한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엔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4일) 10∼12개국을 대상으로 관세 서한을 보낼 거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일단 서한 발송 시점을 주말 이후인 7일로 미룬 것. 주말 동안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의 협상을 지켜본 뒤 서한 발송 여부나 내용 등을 확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주말에 자국과 협상 중인 각국 정부들을 향해 최대한 성의 있는 제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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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효 시점을 다음 달 1일로 하겠다면서 관세율 범위는 10∼20% 수준에서 60∼70%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그는 관세 발효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이 시점은) 꽤 빠른 것이다. 더 빨리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관세 적용을 앞당길 가능성을 내비쳤다.
● “韓 등 급하게 협상안 마련 중”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게속 높게 유지할 의지가 강함을 시사했다.
그는 자동차에 평균 25% 정도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따로 거론하며 “목재, 철강, 알루미늄 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최종 관세의 약 15~20% 정도만 현재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등에 부과 중인 품목별 관세에 만족감을 드러낸 동시에,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는 지난달 29일에도 “우린 일본에 자동차를 거의 수출하지 못한다”며 한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를 콕 집어 관세를 낮춰 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세 부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5일 백악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주요 성과를 홍보하면서 관세 징수를 핵심 항목으로 내세웠다. 특히 백악관은 글로벌 상호관세를 책정한 날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로 명명한 4월 2일 이후 신규 관세로만 815억 달러(약 111조 원)를 징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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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과 관세 협상을 상대적으로 일찍 시작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일본과 인도는 최근 관련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NHK 프로그램에서 “동맹국에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말해 일방적인 양보는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도 4일 “시간 압박을 받으며 무역협정을 논의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