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코/김순현 지음/44쪽·1만6000원·비룡소
물론 치코의 그런 노력을 다른 벌레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폴짝폴짝 뛰어가다가 치코가 정리한 땅을 다시 어지럽히기도 하고, 짓밟기도 한다. 그때마다 울고 싶어지는 치코. 유일하게 치코를 응원하는 건 보토 할아버지다. 황폐한 숲에서 지켜낸 씨앗을 치코가 가꾼 흙에 심어 함께 키워간다. 과연 이 둘은 황폐해진 숲을 다시 꽃과 나무, 풀로 만개한 멋진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치코는 스페인어로 ‘작다’, 보토는 ‘희망’이란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작지만 소중한 희망이 있다면, 그곳에 새로운 생명과 미래가 움틀 수 있음을 작디작은 벌레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그려냈다. 특히 흰 바탕에 아주 작은 검은 점만으로 가득 채운 배경과 그림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사는 거대한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의 힘을 글과 그림이 같은 온도로 따뜻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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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