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시프트, 숲이 바뀌어야 사람도 산다] 2부 〈2〉 지역 일자리 창출하는 숲 잎-톱밥까지 버릴게 없는 편백 친환경 제품으로 재탄생 30종 달해… 주민 고용 늘고 청년 실습도 활발 “산림 많은 韓, 나무 심고 베는일 넘어… 첨단산업 융합될 수 있는 잠재력 커”
22일 서승욱 씨(55)가 전남 순천시 외서면 백이산에 있는 편백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서 씨는 75ha 넓이의 숲에서 편백나무 25만 그루를 키운다. 이를 통해 친환경 제품 30여 개를 직접 제작하면서 연간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순천=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22일 전남 순천시 외서면 백이산 편백나무 숲 제재소에서 만난 서승욱 씨(55)는 이렇게 말했다. 서 씨는 축구장 107개 넓이에 해당하는 75ha(헥타르) 규모의 숲을 3대째 이어받아 편백나무를 키우고 있다. 전남대 임학과를 졸업한 그는 “친환경 제품으로 목재의 가치를 높이자”는 생각으로 2013년 소 축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 제재소를 만들었다. 현재는 이곳에서 편백을 활용한 다양한 목재 제품과 생활용 친환경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 생산이 늘면서 지역 주민 20여 명도 고용했다. 서 씨는 이에 더해 2013년부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더 많은 청년들이 임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예비 임업인을 위한 실습과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매년 약 100명의 청년들이 서 씨의 실습장을 거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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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씨의 편백나무 숲은 1963년 할머니가 민둥산이던 산 자락을 구입해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조성됐다. 이후 편백,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식재됐다. 서 씨 아버지는 나무들을 관리하기 위해 숲길(임도) 13km를 직접 냈다. 60년간 이어진 노력 끝에 민둥산은 현재 약 25만 그루의 편백나무가 자라는 숲으로 변모했다.
서 씨는 ‘버릴 게 없는 편백’을 활용해 30여 종의 제품을 만든다. 큰 나무는 가구용으로, 작은 나무는 베개 속 큐브형 충전재로, 잎은 정유로 가공한다. 톱밥이나 부스러기는 퇴비나 땔감으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편백은 단순한 원목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 국산 목재 인증도 받은 그의 제품은 친환경 소비 확산과 함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제품 생산이 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다.
서승욱 씨(55)가 2023년 4월 전남 순천시 목조문화지원센터에서 초보, 예비 임업인을 대상으로 목공예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서 씨는 2013년부터 매년 1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업과 관련한 교육을 해오고 있다. 서승욱 씨 제공
● 산림산업 종사 57만 명, 숲치유 등 전문직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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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관련 전문직이 늘어나며 일자리의 외연도 넓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 정식 등록된 산림복지전문업체는 1484개로, 산림치유업, 숲 해설업, 유아숲교육업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기동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국토 면적의 63%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 임업은 단순히 나무를 심고 베는 일을 넘어, 드론이나 로봇, 위성 기술 등 첨단 산업과 융합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미래형 산림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다양한 재능을 갖춘 청년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유입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림 일자리는 단순한 고용 창출을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도 파급 효과를 미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산림 산업은 10억 원의 생산이 이뤄질 때 약 17억3000만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내고, 같은 금액 기준으로 13.6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명품 숲’으로 선정된 전남 장성군 축령산 편백숲의 경우 연간 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61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고, 지역 인구도 연평균 1% 증가해 소멸 위험에서 벗어났다.
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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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