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노믹스 2.0 美서 뛰는 한국기업들] 〈8〉HD현대 美 앨라배마 변압기 공장 15년 투자 끝에 美 선두업체 부상 대형 변압기 점유율 2년새 두 배로… 美 기업 리쇼어링에 수요 급증 공장 더 지어 생산량 늘릴 계획… 고숙련 인력 확보 위해 사회공헌도
‘NOW HIRING(채용 중)’.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도심에서 I-85번 고속도로 타고 앨라배마주로 향하는 길에 HD현대일렉트릭 앨라배마 법인이 세운 커다란 구직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광고판 한쪽에는 ‘시간당 20달러’라는 임금 조건도 적혀 있다. 앨라배마주의 시간당 최저 임금이 8달러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이다. 미국 현지서 본 광고판은 HD현대일렉트릭의 위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밀려드는 변압기 주문에 최저 임금의 두 배 이상을 주고서라도 인력을 수시 채용 중인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진출 국내 기업 중 가장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 ‘리쇼어링’으로 폭증하는 美 전력 기자재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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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 HD현대일렉트릭 앨라배마 법인장(왼쪽)이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진 154kV(킬로볼트)급 대형 변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미국 내 대형 변압기 시장 점유율 15%를 달성하며 1위에 올랐다. HD현대일렉트릭 제공
2011년 미국 진출 이후 10년간 적자였던 HD현대일렉트릭은 2020년 들어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빅테크들의 데이터 센터 운영, 인공지능(AI) 산업 활성화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정책이 회사 실적에 날개를 달아줬다. 관세를 무기로 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내 생산 변압기 수요를 끌어올린 것이다. 기존의 미국 변압기 생산 업체가 인건비 등을 이유로 멕시코 등지로 생산시설을 이전했고 대형 변압기 생산 시설을 보유한 HD현대일렉트릭에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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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숙련 인력 확보 전쟁
변압기 초기 공정인 권선 작업장에 들어서니 시끄러운 기계 소리 대신 구리 선을 감느라 집중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근로자들은 설계도를 보며 나무로 된 원통형 구조물에 성인 새끼손가락 굵기의 구리 선을 한 줄씩 신중하게 감고 있었다. 변압기 용량에 따라 권선 간격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작업은 마치 예술품을 만드는 작업 같았다.
이 같은 세심한 작업 탓에 보조 임무를 넘어 주도적인 제작 업무를 맡기까지는 통상 2∼3년이라는 긴 훈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까다로운 공정의 경우에는 7년까지도 걸린다. 권선 작업 공정의 책임자 지위에 있는 하비 페인 씨는 HD현대일렉트릭 앨라배마 법인 초기부터 함께한 경력 14년의 베테랑 근로자다. 건설 현장 노동자였던 페인 씨는 “미국 법인 설립 전 한국에서 6개월간 교육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개화하는 미국 내 전력 기자재 시장에서 회사의 경쟁력은 바로 페인 씨와 같은 고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우수한 인력을 인근 지역 내에서 확보하기 위해 지역에 대한 사회 공헌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강 법인장은 “현재 회사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우수 인력 충원, 고숙련 인력을 최대한 오래 확보하는 데 있다”며 “근로자의 숙련도를 쌓아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회사의 기본 전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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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메리=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