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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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불만을 가진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0일, 취임 후 두 번째 국무회의에서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신 차관이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해서 폭넓게 그런 것들을 보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 발언 후 여가부는 분주해졌다. 최근 만난 여가부 관계자는 “다양하고 첨예한 남녀 갈등 사안을 한 부처 안에서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여성계 일부에서 “부처명에서 ‘여성’을 지우고, 남성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는 게 여성 정책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는 것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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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이 곧 ‘여성 정책 후퇴’라고 단정하는 건 지나치다. 17일 여가부 개편 방안을 논의한 국회 토론회에선 전 여가부 장관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성평등가족부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발제를 맡은 이경숙 전 여가부 정책보좌관은 “현 조직을 1.5배로 확대하고, 남성을 위한 성평등 정책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까지 아우르는 성평등 정책 모범 사례로 언급되는 곳이 독일이다. 인구 노인 여성 정책을 총괄하는 독일 가족노동여성청소년부엔 ‘평등국’이 있다. 여성 고용과 안전뿐 아니라 남성을 위한 정책도 다룬다. 부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남학생과 남성을 위한 평등 정책’이라는 소개 문구가 있다.
독일 정책에는 남성도 사회적 배려 대상일 수 있다는 인식이 녹아 있다. 독일은 폭력 피해 남성을 위한 보호소를 43곳 운영 중이다. 남성 문제 상담도 적극 지원하는데, 사업 수행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년과 남성에게 주어지는 요구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여성은 자신의 걱정을 타인에게 털어놓는 것을 주저하지 않지만, 남성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도움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201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젠더 갈등’이 극심해졌다. 젊은 남성 사이엔 ‘사회가 여성을 배려할수록 남성은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입시와 취업에서 동등한 경쟁을 요구받지만, 군대 가느라 시간을 손해 보고 연애와 결혼 시장에선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진다는 불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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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