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작품상 극본상 등 6관왕 4명 나오는 소규모 작품이 ‘공연계 아카데미상’ 수상 이례적 ‘버려진 로봇의 주인 찾기 여정’ 스토리에 글로벌 공감대
AP 뉴시스
박천휴(왼쪽) 작가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으로 최우수 오리지널 작사·작곡상(Best Orginal Score)과 최우수 극본상을 받은 후 기자실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06.09.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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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드웨이에서 돋보인 휴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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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윌휴 콤비’로 불리는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공동 창작한 뮤지컬이다. 21세기 후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에게 버려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주인공이다. 낡은 아파트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둘은, 어느 날 올리버가 배터리가 방전돼 멈춰 선 클레어를 구하면서 가까워진다. 이후 올리버는 자신이 섬겼던 인간 제임스를 찾기 위해 클레어와 함께 제주도로 떠나고, 여정 속에서 두 로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해피엔딩’ 공식 홈페이지
이 작품이 해외에서 주목받은 데는 브로드웨이와 차별화되는 정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란문화재단에서 초기 개발을 담당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2016년 리딩 공연 당시 브로드웨이의 일반적인 쇼뮤지컬과는 다른, 눈물 흘리게 만드는 정서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당시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도 ‘오랫동안 방 안에만 머물렀던 고장난 로봇들이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는 설정이 좋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천휴, 윌 애런슨. CJ ENM 제공 ⓒpyoki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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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식 발라드는 삭제”
적절한 현지화 전략도 흥행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단순 번역 이상으로 현지 관객의 정서에 맞춘 편곡과 재구성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으로 한국 공연에서 인기가 높았던 넘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는 브로드웨이 버전에서 삭제됐다. 김 본부장은 “두 곡 모두 한국식 발라드 정서가 강해, 미국 관객에게는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대신 브라스와 재즈 풍의 편곡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한 창작진이기에 미국 시장의 감수성과 정서에 맞는 방향으로 각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 자체의 힘이다. 배우 4명이 주도하는 소규모 뮤지컬이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작은 극이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선율, 밀도 있는 대본, 짜임새 있는 연기와 연출이 관객과 심사위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