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의사이면서도 제 건강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거스 히딩크 감독님 수술한 뒤 계속 데이터로 건강을 관리해 주면서 ‘아 나도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히딩크 감독님은 오른쪽 무릎 수술한 2014년 68세였고, 왼쪽 무릎 수술한 2022년 76세였습니다. 그분이 수술한 이유는 스포츠를 즐기며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였죠. 감독님이 활짝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해 보였죠. 히딩크 감독님의 생체 나이는 60대 수준입니다. 아직도 활발하게 운동할 수 있는 이유는 탄탄한 근육 때문이었습니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의 2022년(왼쪽)과 현재 모습. 그는 히딩크 감독이 8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열심히 운동하며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2년 전부터 근육운동을 시작해 10kg 넘게 체중을 감량했다. 동아일보 DB.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송 원장은 “운동하기로 마음먹고 병원(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5분이면 오를 수 있는 싸리고개공원에 오르니 운동 기구가 다 갖춰져 있었다. 내게 딱 맞는 장소였다”고 했다. 요즘 웬만한 공원에는 다양한 운동 기구가 갖춰져 있어 일명 ‘산스장(산 공원에 있는 헬스장)’으로 불린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싸리고개공원에서 어깨 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수술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80세 가까운 나이에도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2년 전부터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그렇게 1년을 넘게 하자 체중이 10kg 이상 빠졌다. 송 원장은 근육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40세 넘어 운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근육운동이다. 그런데 환자들을 지켜보니 대부분 그 뜻을 잘 모르고 있더라. 운동하라면 그냥 무작정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 관절 부위에 근육이 없는 사람들은 더 망가진다”고 했다. 다양한 연구 결과 30세 이후 근육량이 매년 1~1.3%, 근력이 2.6~4.1%가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50세 이후에는 근육량과 근력 감소율이 더 높아진다. 특히 근력의 경우 50세 이후에는 매년 15% 이상 떨어진다.
“근육이 많이 붙으니 자연스럽게 체중이 빠졌죠. 물론 음주를 줄이는 등 식이요법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한 달에 1kg씩 빠지는 겁니다. 운동은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잘못된 운동으로 찾아오는 관절염 환자들이 정말 많아요. ‘무릎 건강을 지키려면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면, 환자들 자의적인 판단으로 그냥 걷는 운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오다리나, 슬개골에 문제가 있으면 관절염이 더 악화합니다. 그래서 꼭 의사의 진단을 받고 근력 운동을 해야 합니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싸리고개공원에서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송 원장은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은 별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걷기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중요한 것은 엉덩이와 햄스트링, 대퇴, 장딴지 등 코어 근력을 강화해야 무릎과 고관절 등 움직일 때 중요한 관절이 튼튼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관절 부위 근육을 키운 뒤 걷든, 탁구나 테니스를 쳐아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 산스장 기구만 잘 활용해도 코어 근육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송 원장은 환자들에게도 산스장에서 운동할 것을 권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운동 기구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신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벤치프레스, 숄더프레스, 레그프레스 등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수 있는 기구에 더해 다양한 시설이 있다”고 했다. 파도타기(기구에 올라 몸을 좌우로 흔들어 허리 및 하체 강화하는 시설), 어깨유연성운동(자동차 핸들 같은 것을 양손으로 잡고 돌리는 시설), 공중걷기(기구 위에서 양다리를 쭉 뻗어 걷는 시설) 등이 있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싸리고개공원에서 공중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우리가 일상생활 하면서 쓰는 근육이 아니라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키워야 관절이 튼튼해질 수 있어요. 관절 주위에는 다양한 근육이 있는데 그 근육을 키우지 않고 특정 운동을 하면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죠. 그래서 걷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근육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겁니다. 스쾃, 런지, 레그 프레스, 레그 컬…. 다양한 운동으로 하체를 강화하면 무릎은 튼튼해집니다.”
송 원장은 “우리 인체는 정말 신비롭다”고 했다. 무릎 관절염이 걸리면 허벅지 근육이 자연스럽게 빠진다는 것이다. 연구 논문에서도 오래전부터 나온 결과고, 환자를 치료하며 임상적으로 직접 봤다. 그는 “그런데 관절염이 치료되면 운동을 안 해도 다시 허벅지 근육이 붙는다”고 했다. 송 원장은 “그래서 관절염을 예방하는 게 건강한 삶에 중요하다. 그리고 관절염이 왔을 경우 잘 치료해야 히딩크 감독님처럼 평생 운동하며 살 수 있다”고 했다.
송준섬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왼쪽)이 2022년 6월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병원을 찾았을 때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현재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은 전 세계적으로 강남제이에스병원에서만 할 수 있어요. 우린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젠 100% 성공률을 자랑합니다. 다른 병원에서도 시도하기도 했지만 실패율이 높아 잘 안 하게 됐죠. 이 수술은 무릎 관절염에 있어선 정말 신세계를 열어줬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출한 히딩크 전 감독은 2013년 10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송 원장을 만났다. 당시 11월 벨기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로 예약까지 한 상태에서 송 원장으로부터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법에 대해 들은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약 한 달 뒤 송 원장에게 “줄기세포 수술을 받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송 원장도 이 수술법을 개발했지만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을 때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싸리고개공원에서 하체 강화 운동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히딩크 감독은 2014년 1월 송 원장에게 제대혈 줄기세포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지팡이와 휠체어에서 벗어나 아프기 전 즐기던 테니스와 스쿼시, 골프, 축구를 맘껏 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2022년 반대쪽 무릎도 수술받았고, 이젠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의 홍보 대사를 자처하고 나서고 있다. 히딩크 감독 수술 성공이 알려지면서 송 원장도 힘을 받아 많은 사람에게 수술해 줄 수 있었다. 송 원장에게도 큰 행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히딩크 감독에게도 엄청난 행운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수술 받은 뒤 자유롭게 골프(왼쪽)와 테니스를 즐기고 있는 모습. 히딩크 감독은 축구하는 동영상을 송준섭 원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송준섭 원장 제공.
송 원장은 다시 강조했다.
“무릎이 아프면 움직이지 못합니다. 움직이지 못하면 절대 건강할 수 없습니다.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00세 시대, 건강하게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닙니까? 무릎이 튼튼해야 운동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튼튼한 무릎을 위해 근육운동은 필수입니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싸리고개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