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오른쪽)가 2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나폴리의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회장으로부터 나폴리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선물받고 있다. 사진출처 바티칸 미디어
“내가 AS로마의 팬이라는 얘기가 언론에 나와서 선수들이 박수를 치기 싫어하는 것 같다.”
교황 레오 14세는 27일(현지 시간) 바티칸을 찾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나폴리 선수들에게 이런 농담을 던졌다. 선수들이 앉아있던 사도궁 클레멘스홀에 입장했을 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박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나폴리는 2024~2025시즌 세리에A에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리그에서 경쟁한 AS로마는 5위로 시즌을 마쳤다. 레오 14세는 “나는 여러분을 환영한다. 언론에 나오는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은 이날 교황에게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선물했다. ‘교황 레오 14세’라고 적힌 유니폼의 등번호는 10번이었다. 전설적 공격수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아르헨티나)가 과거 나폴리에서 뛰었을 때 달았던 번호다. 데 라우렌티스 회장이 “10번을 사용하시니 교황님은 위대한 스트라이커입니다”라고 하자 레오 14세는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레오 14세는 “나폴리는 선수 각자의 재능을 조화시켜 공동의 목표를 이뤄냈다. 오랜 여정 끝에 우승을 달성하는 건 결국 (개인이 아닌) 팀”이라며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20일 교황 레오 14세가 2005년 월드시리즈 1차전 때 앉았던 좌석 근처 벽에 그래픽 작품을 설치했다. 시카고=AP뉴시스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는 스포츠를 통해 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최근엔 2005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1차전 때 레오 14세가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찾은 모습이 공개됐다. 화이트삭스 구단은 레오 14세가 앉았던 좌석 근처 벽에 그래픽 작품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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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