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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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병해충을 예찰(豫察)·방제(防除)하며 산불을 예방·진화하고 산사태를 예방·복구하는 등 산림을 건강하고 체계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우리나라 산지의 나무를 보호하는 법인 ‘산림보호법’의 1항인 ‘목적’ 부분이다. 산림을 훼손하는 주된 원인 하나로 산불이 꼽혔다. 그러나 적시된 원인 중에는 두 번째다.
산불의 위험과 그 대비책 수립 필요성이 산림병해충보다도 간과돼서일까. 이번 산불은 서울 면적의 80%를 불태우고, 3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았다. 사망자는 산림청이 1987년 관련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많다. 최근 각종 방지책 제언이 쏟아지는 것도 산불 예방을 위해 한국 사회가 그만큼 고칠 점이 많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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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산불에서 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25일을 복기해 보자. 그날은 이번 산불의 교훈으로 발생 원인보다는 확산 방지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24일까지는 경북에서 희생자를 낳지 않았다. 상황은 25일 급변했다. 비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초속 27m의 강풍까지 겹쳐 청송과 영양, 영덕까지 삽시간에 산불이 번지며 참사가 빚어졌다. 산불 발생 지역에서 영덕 바닷가까지는 직선 거리로 51km인데, 폭주하는 산불을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는 없었다.
산림청이 집계한 국내 산불 원인 10년 통계(2015∼2024년)는 일견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산불 원인 1위가 ‘입산자 실화’이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평균 171.3건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쓰레기 소각(67.5건)과 농산부산물 소각(60.3건) 순이다.
다만 이 통계를 볼 때 피해 면적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입산자 실화로 인한 평균 피해 면적은 4.01ha로 쓰레기 소각 때문에 발생한 것(3.58ha)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수로 누군가 불을 내든 쓰레기를 태우려 낸 불씨든 별다른 차이 없이 확산되는 셈이다.
형량을 높이면 관련 범죄가 줄어드는지는 학계의 오래된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사형제가 부활하더라도 살인 등 강력 범죄가 실제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상당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의 실화자 처벌 수위가 미국 등 해외보다 그다지 낮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에선 장난으로 폭죽을 던져 산불을 낸 소년에게 400억 원대의 배상금을 내라는 판결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평범한 개인이 마련하기는 힘든 돈이다. 상징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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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 사회부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