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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에드바르트 베르거 ‘콘클라베’
갑작스러운 교황의 선종으로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린다. 콘클라베란 라틴어로 ‘콘클라비스(Conclavis)’, 즉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이란 뜻이다. 그 의미처럼 이 선거는 외부로부터 단절된 채 누군가 과반의 표를 얻어야 끝나는 끝장 투표로 이뤄진다. 영화 ‘콘클라베’는 바로 이 교황 선거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져와 전 세계의 정치 현실을 은유한다. 교황 선거라면 어딘가 성스러운 선택들만 이어질 거라 생각하지만 전 세계 추기경들의 투표는 세속적인 파벌정치를 그대로 재연한다. 진보와 보수 그리고 중도가 나뉘고 인종과 언어, 지역으로도 파벌이 형성된다. 교황이라는 종교적 지도자를 뽑는 선거지만 다른 생각과 성향들은 어둠 속 밀실정치에 의한 표 대결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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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으로 치닫는 포용 없는 정치 대결이 펼쳐지는 우리의 현실도 이와 같지 않을까. ‘밀실’ ‘파벌’과 같은 단어들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의 밀실은 저 넓은 광장에서도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