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AI에 대처 못해…파운드리 기술력 부족하고 가전 품질에 문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동아일보 DB
이날 삼성 임원 대상 교육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메모리 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 “(TV·스마트폰·가전 등을 포괄하는)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제품의 품질이 걸맞지 않다” 등 삼성전자의 각 주요 사업부를 직접 언급하며 질책했다. 이 회장이 사장단이 아닌 전체 임원들에게 사업부별 위기를 직접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한 참석자는 “평시에 이뤄지던 임원 교육과는 성격이 다른 느낌이었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던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만큼 엄중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삼성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영상 메시지 형식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올 초 사장단에 전달됐던 신년 영상 메시지 중 일부도 포함됐다. 이 회장이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주요 내용은 성우 나레이션과 자막 등의 형태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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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참석자들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교육 시작 서두에 3분 남짓한 길이로 상영됐으며,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 철학도 강조됐다. 이외 이재용 회장의 해외 사업장 방문 등 경영 현장 장면도 스틸컷으로 등장했다.
영상 상영 이후에는 외부 강연과 세미나가 이어졌다. 이광형 KAIST 총장, 이정동 서울대 교수, 최진석 서강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삼성의 위기에 대한 진단이 날카롭게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후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수여됐다. 한 참석자는 “수료패에 새겨진 문구는 과거부터 삼성 임직원들이 사업장이나 회식 등에서 자랑스럽게 나누던 정신”이라며 “당장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장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